공대생의사랑이야기

글/그림 : 바다의기억

3화 -발표준비-

 쪽지 보내고 답장 왜 안오냐고 화내시는 분들.

 

전 지금 인터넷은 커녕 전화도 없는 곳에서

 

외로움에 얼굴을 붉히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답니다.....

 

4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는 그날

 

한꺼번에 써드리죠. 훗훗.

 

 

다음 까페 enlovestory 엔 제 지난 사진들이 있습니다.

 

외로울 땐... 오빠 사진 보면서 참아.

 

========  독자님께서 로그아웃 하셨습니다. ============

 

=================...죄송합니다.=====================


각자의 사연을 모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연극을 구성해보자는


대략적인 구도를 전해들은 김씨와 허씨는


‘니들은 네로가 얼마나 추웠을지 생각이나 해 봤어?!’


라면 분개했지만... 개소리였다.



각각 이 강좌에 지원하게 된 사연은


다음과 같았다.



김씨 = 술 마시고 놀다보니 여자를 못 만나서.


허씨 = 친구 따라 미팅 다니다 포기하고 직접 찾아 나섬.


기억 = 아르바이트 하다가 여자를 못 만나서.


민아 = 강의실 가까운 데로 몰다보니 우연히.



..............


남자라면 결국 모든 이유는 Girl 로 통한다.


어차피 도토리 키 재기라도


그나마 가장 알차게 보낸 건 내가 아니었을까.



샤프로 아래턱을 톡톡 두드리며


이야기가 정리된 노트를 들여다보던 그녀는


싱긋 웃으며 노트를 ‘탁’ 소리 나게 덮었다.



민아 

- 재밌을 것 같네요.


그럼 제가 다음 시간까지


대본 초안을 써올 테니까요.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그때 수정하도록 해요.



아무 망설임 없이


혼자 대본을 써 오겠다고 선언한 그녀.


먼저 연극을 하자고 한 책임감 때문일까


아니면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일까.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분위기에


김씨와 허씨는 안도의 뜻을 나타냈지만


난 그녀에게 일방적으로 일을 떠넘기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그로부터 이틀 뒤.


약속대로 그녀는 대본을 가지고 나타났다.



얌전해 보이는 그녀의 이미지와는 달리


상당히 코믹하게 짜여진 대본.


내 이야기를 내가 읽어도 제법 재미있었다.



하지만 내가 대본을 보는 내내


내 표정을 뚫어져라 살피고 있는 그녀의 시선에


난 입안이 바짝 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억 - 아..... 저.... 그런데.....


민아 - 예, 재밌어요?


기억 - 아니, 그게 아니라....


민아 - 어..... 재미없어요?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울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유를 말을 하려고 해도


‘고개 좀 돌려달라고요.’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답답함에 속이 뒤집어 질 것 같았다.



내가 말을 꺼내긴 왜 꺼냈을까.....



여전히 내 다음 말을 기다리며


뚱한 표정으로 날 주시하고 있는 그녀의 시선 속에


당혹감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는 나를


김씨의 웃음소리가 구해주었다.



김씨 - 크하핫, 이 부분 재밌네.


민아 - 예? 어디요?


김씨 - 여기, 이게 몇 페이지냐.... 3페이지요.



김씨 쪽으로 쪼르르 달려가


대본을 슬쩍 확인하더니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그녀.



민아 - 그죠? 저도 쓰면서 엄청 웃었어요!


김씨 

- 흠... 그러데 여기. 액션이 너무 약한 것 같은데요.


‘뒤통수를 한 대 때리며’ 라니.


적어도 무릎 찍기를 계속 먹이며....라거나


테이블에 머리를 마구 찍으며 정도는 되어야


좀 현실감이 있지.



민아 - ......예에? 그건 너무 심하지 않아요?


허씨 - 아니에요. 저도 방금 그렇게 생각했어요.


민아 - 하긴... 남자들이니까...

(이런 걸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한다.)



김씨와 허씨의 공동 전선에


액션을 더 넣자는 데 동의한 그녀.


결국 (뒤통수를 한 대 때리며) 는


(무릎 찍기를 계속 하며) 로 바뀌었다.



....... 모르겠다. 둘이 알아서 하겠지.



민아 - .......



김씨와 허씨가 대본을 보며


신나게 지시문을 바꾸고 있을 때


그녀가 나를 슬쩍 돌아보았다.



무슨 말을 해주길 바라는 걸까?


나도 김씨와 허씨의 의견에 동조해야 하나?


‘전 팔꿈치로 등을 찍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라고 말해볼까?



대본 쪽을 슬쩍 눈길을 피하며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맞춤법이 틀린 문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기억 - 아... 저.... 이 부분......


민아 - 예. 어느 부분이요?



선뜻 반색을 하며 내 쪽으로 다가오는 그녀.


이거.... 말해도 되는 건가?



기억 - 여기요.


민아 

- 아, 이 부분 재밌죠?


저도 이 부분이 제일 맘에 들었어요!



기억 

- 저..... 싸움 ‘부치지 말고’ 가 아니라


싸움 ‘붙이지 말고’ 인데요.



민아 - ....예?


기억 

- ‘부치다.’는 편지를 부칠 때 쓰는 거고


이 때는 ‘붙이다.’가 맞죠.



내 말을 곰곰이 되뇌어 보던 그녀의 얼굴이


순간 빨갛게 달아올랐다.


몹시도 언짢아 보이는 그녀의 얼굴.



괜히 말했다....


그녀와 나 사이의 거리감이


태양과 지구 사이보다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안돼... 미래가 보이지 않아.


내 청춘이 사라져가~!!



내 청춘이 제 2 우주속도로 태양계를 벗어나고 있을 때


대본 아래쪽에 있는 짧은 대사가 눈길을 끌었다.



민아 = 아우, 힘들어. 엄마야... 종아리에 근육 좀 봐...



기억 - .....풋.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며 울상 짓는 그녀를 상상한 순간


나도 모르게 작은 웃음이 새어나왔다.



민아 - 응? 지금 어디 보고 웃었어요?



웃음이라 할 것도 없을 만큼 짧은 웃음이었지만


그녀는 다시 얼굴에 화색을 띠며 내 대본을 들여다보았다.



기억 - 네? 아.... 여기요.


민아 - ....... 에? 여기가 재밌어요?


기억 

- 아니... 그.... 왠지 상상하니까 재밌어서요.


강의실을 잘못 잡았나 봐요?



민아

- 에휴, 말도 마세요.


강의실이 갑자기 체육관을 바뀌질 않나


강의실이 5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질 않나...


아무튼 쉬는 시간마다 달리기 경주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기억 - .....그런 부분도 넣으면 재미있겠네요.


민아 - 그래요? 안 그래도 좀 짧다 싶었는데



다행이 그녀는 다시 활력을 찾은 듯


신나게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참...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는 구나.


여자들은 원래 그런 건가?



허씨 

- 넌 무슨 무릎 찍기만 계속 하냐?


이런 데는 ‘복부를 난타하며.’ 이런 게 들어가야지.



김씨 

- 차라리 도구를 이용하는 게 낫겠다.


‘옆에 있던 화분으로 머리를 내려치며.’ 라거나....



허씨 - .....네가 맞을래?


김씨 - 왜? 내가 때리는 역인데.


허씨 

- 좋다, 그럼 내 대사 뒤에


‘의자를 집어 들어 반격하며,’를 넣자.



플랜더스의 개에 이어 액션 삼천포로 빠진 두 사람.


아무튼... 둘만 따로나둬선 안 될 것 같다.



며칠 뒤, 대본이 거의 완성되었다.


이제 남은 일은 연극 연습과 더불어


배경 음악을 고르고 편집하는 일.



민아 

- 교수님께서 음악 시디는 빌려주셨으니까


음악은 제가 다음 시간까지 적당히 정해 올게요.



김씨 - 음.... 그럼 저흰 대사를 다 외워오도록 하죠.


민아 - 예~.



이번에도 그녀 혼자 일을 해오려는 걸까.


....... 도와주고 싶다.


솔직히 내가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지만


왠지 계속 마음이 찜찜하다.


혹시 모르니... 말이라도 꺼내 봐야지.



기억 - 저....


민아 - 예, 무슨 일이세요?


기억 

- 저, 저...... 그러니까 괜찮으면......


나눠서... 들어보는 게.... 어떨까요.


그 뭐랄까, 시디도 좀 많은 것 같고....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려 할 때마다


‘나는 참 숫기가 없구나.'


라는 걸 실감했다.


어떻게든 잘 대해주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몸이 안 따라준다고 해야 할까.


또 어찌 보면 만난지 얼마 안 된 사람한테


그런 마음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미 임자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내가 봐도 좀 어설펐다.



결국 이번에도 말 꼬리를 수습 못하고


슬금슬금 꼬리를 내리려 할 때


그녀가 의외의 제안을 해왔다.



민아 

- 그럼 같이 들으러 갈래요?


혼자 듣기도 심심할 텐데....



‘Thus I serve!!' (질럿)



예상 밖의 수확에 쾌재를 부르며


난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어디로 가는 걸까? 설마 그녀의 집?


이거 너무 빠른 거 아냐?



하지만.


내가 그녀와 함께 도착한 곳은


학교 동아리 연습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여긴..... 연극부 연습실?



제법 무게가 있어 보이는 철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


난 조심스레 그녀의 뒤를 좇았다.



천장엔 굉장히 많은 조명기구가 늘어서 있고


창문의 절반 정도는 암막으로 가려져 있는 이질적인 공간.


밖은 아직 환한 시간이었지만


부실 안은 다소 침침한 느낌이 강했다.



어느새 그녀는 부실 한쪽에 있는


오디오에 시디를 집어넣고 있었다.



입구 주변에 서서 멀뚱하니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난


고유번호가 쭉 붙어있는 스위치 기판을 발견했다.


이걸로 불을 켜는 건가?



어디보자.... 지금 오디오 위에 있는 게.... C 5번이구나.



‘딸깍.’


별 생각 없이 스위치를 올렸을 때


순간적으로 ‘팍!’ 소리가 나며


그녀를 향해 강렬한 핀 조명이 비추었다.



민아 - 엄마얏!!!



그녀는 화들짝 놀라 들고 있던 시디 묶음을 떨어트리며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의외의 상황에 그녀보다 더 놀라버린 난


그 자리에서 돌이 되고 말았다.



민아 - ...놀랐잖아요!!



고개를 휙 돌려 나를 돌아보는 그녀의 눈에


살기가 번뜩이는 것 같았다.



기억 - 전... 그냥 보통 불인 줄 알고...


민아 - 빨리 꺼 줘요.


기억 - 아, 예. 금방 꺼지겠습니다....


민아 - ..... 에? 어디 가요!!


기억 - 아, 불!!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지각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액션 영화처럼 날렵하게 담치기를 하다


주차 하고 있던 교장선생님 자동차 본네트 위에 착지해서


서로 뜨거운 눈빛을 주고받았을 때도


그렇게 당황하진 않았었는데


지금은 머릿속에 오만 생각들이 왕왕 울려대는 게


의식을 차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당혹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고


방석 두 개를 가져다 그녀와 함께 오디오 앞에 앉았다.



민아 - ..... 그렇게 앉는 게 편해요?


기억 - .....예?



난 나도 모르는 새


그녀의 옆 자리에 다소곳이 각을 잡고 앉아있었다.


풀빵웹툰

공대생의사랑이야기

3화-3화 -발표준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