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사랑이야기

글/그림 : 바다의기억

1화 -첫 만남-

당신이 이 글을 보고 있을 때 쯤이면

 

전 이미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연병장에서

 

X뺑이를 치고 있을 것입니다.

 

 

공대생의 사랑 이야기의 본 연재는

 

제가 모든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9월 말 부터 시작됩니다.

(공익이라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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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빵 관계자 여러분의 배려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아이 원츄 붸붸~ 잇힝.

 

==================== 아티스트가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

 

 

내 이름은 기억이다.



아버지께서 내 이름을 짓기 위해


삼칠일 동안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드시며 고뇌하시다


마침내 마음을 굳히고 동사무소에 가셔선


어떤 걸로 정했는지 잊어버리셨단다.


그래서 기억 잘 하라고 기억이 되었다.



그게 또 어떻게 효과가 좀 있었는지


어려서부터 기억력이 제법 좋은 편이라


대한민국의 주입식 교육을 충실히 이수해내고


소이 말하는 명문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한 가지 문제점이라면


중학교는 남중, 고등학교는 남고를 나와서


대학교는 공대를 들어가 버렸다는 것이다.



정말로.... 남중, 남고를 다니는 내내


대학만 가자, 대학만 가면


이 쉰내 풀풀 나는 홀아비들의 틈바구니를 벗어나


꽃밭에는 꽃들이 모여 살고


자라나는 꿈이 푸르른 푸른 언덕엔 아기양이 뛰노는


아름다운 신세계를 논스톱으로 달릴 것이다.....라고.....


매일 밤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불을 켠 채


걸걸거리고 다녔지만....(Girl Girl)



말이 공대지.... 남대(男大)나 마찬가지였다.



4년간 5천억 원의 예산을 투자해


이공계 고급 기술 인력 10만 명을 양성하겠다는


정부의 진흥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기피가 심화되고 있는 이유는


여학생 부족이 아닐까라고.....


이 어린 연사~~!!! 힘~~차게~~!! 외칩니다!!!



....어린 연사가 다 효도관광 떠났나 보다.



뭐 어찌됐건..... 상황이 이지경이다 보니


설렘과 해방감에 가득 차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고급 기술 인력을 꿈꾸며


잔잔한 호수 위를 나는 제비처럼 날갯짓하던 동기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뇌 세포를 하나 둘 씩 상실하고


‘Girl or Not' 밖에 생각 못하는


단세포 생명체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2000년 봄.


솔로부대이기를 거부한 공대 새내기들 사이에


‘Girl 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를 외치는


공대혁명이 일어났다.


그들은 여성구경, 이성교제, 이팔청춘을 외치며


오직 여자를 찾아 사방으로 흩어졌다.



처음엔 갈피를 못 잡고 헤매던 공돌이들은


‘동아리만이 살 길이다.’


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하나 둘 씩.... 서로 눈치를 살펴가며


-수화(手話) 동아리- -봉사 동아리- -혼성 합창단-


등등, 여자 부원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떠나갔다...



그놈들 중.......


수화동아리에서 수화 배워온 놈 없었고


봉사 동아리에선 여자 부원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더라.



혼성 합창단에 가서 메탈을 했건


수영부에 가서 싱크로나이즈를 했건


성공적인 이성과의 만남으로 접어 든 대원들이 늘어나면서


동아리는 어느덧 공대생들의 전쟁터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공돌1 - 야!! 관현악부에 여자가 많데!!


공돌2 

- ..... 아냐, 그건 중창단에 여자가 많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한 위장 정보일 가능성이 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


속고 속이며, 정보를 교란하고 은폐하는 등


서로간의 치열한 신경전은 상상을 초월했다.



공돌3 -천문학부는 이미 한 차례 헛소문이 돌아서 이번엔 안 몰릴 거야.


공돌4 -그 정도는 적(?)들도 이미 파악했어.


공돌5 -그럼 역시 영어회화 동아리 쪽이?



이토록 처절한 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속에서도


난 도도한 인간의 자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아


제법 괜찮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어


돈 맛이 어떤 것인지 알아버린 난


‘세상에서 돈이 제일이야!!!’를 외치며


여성에게서 눈을 돌려버렸던 것이다.



여자 한 명 만나보겠다고 몇 번씩 동아리를 옮겨 다니고


만날 미팅 나가서 핵 맞고 초토화 되면서도


끈질기게 다시 도전하는 그 들이 우스워 보였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혼자라도 잘 먹고 잘 살자’였다



그리고 다가온 1학년 2학기....


장장 6개월의 시간 동안


‘희망의 수만큼 실망은 늘어난다.’


는 세상의 진리를 체험한 친구들은


그제야 FXXX you가 난무하는 자신의 성적표를 발견하고


출석체크 안하고 학점 잘 주는 강좌를 찾아


새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am 5시 취침. pm 3시 기상이라는


새나라 폐인의 규범을 따라 생활하던 와중에


수강신청 날이 되자 잠자기를 포기하고


새벽부터 수강신청 페이지를 F5로 압박하고 있을 때


지금 들어도 생소한 내 핸드폰 벨소리가 들렸다.



‘빠바바밤 빠밤빠바~ 빠바바밤빠밤빠바~’



베토벤 5번 교향곡 C 단조 op.67 중


1악장 Allegro con brio C단조 2/4박자


운명 교향곡이란 이름으로 더 친숙한 이 곡은......



‘지라라랄 라랄라라 지라라랄 라랄라랄~’



....알았어. 받으면 되잖아.


핸드폰 뚜껑을 열었을 때


안에서 별로 익숙하지 않은 친구1의 목소리가 들렸다.



.....말했잖아. 혼자 잘 먹고 잘 살자가 목표였다고.



친구1 - 야! 수강신청 잘 했냐? 나 조졌다!!


기억 - 아...맞다..수강신청 해야 하는데... 게임 하고 있었어.


친구1 - 미친 병신 쪼다 나까무라 새끼!!


‘삐리리릭.’



신나게 욕을 해대곤 전화를 끊어버리는 녀석.


나까무라는 좀 심한 거 아냐?



...사실.... 


난 신청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비장의 강좌들을 신청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기다렸다.



그렇게 난 동기들 그 누구도 눈치 못 채게


표면상으로는 


‘수강신청 날 게임하다 혼자 이상한데 떨어져서’



-사회대- -음대- -교대-


등등 아리따운 여인네들이 몰릴 것으로 보이는


베스트 강좌들로 시간표를 꽉꽉 채웠다.



여자에 관심 없다고 하지 않았냐고?



그래, 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했는데


여름 방학 3개월 혼자 보내보니


아무리 통장 잔고가 두둑해도


배고프고 추워서 안 되겠더라.


여름인데 추워서 견딜 수 없는....


손발이 오그라들고 대략 정신이 멍해지는....


그런 느낌 처음이었다.



그렇게 신청했던 비장의 강좌


세 개 중 두 개는 공대생만 바글바글 했다.



이놈의 인간들이 아직도 포기를 안 했나....


지독한 것들.....



어쩔 수 없군. 드롭이다. (수강 포기)



이후 그들 강좌 중 하나는


공대생들의 대거 드롭 현상에 따라 폐강 됐다.



아직 끝나지 않은 공대생들의 치열한 전쟁 속에도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서양 음악의 이해- 강좌.


.....이름만 들어도 애틋하지 않은가??



그곳은 전체 인원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남녀의 비율이 이상적인 아름다운 곳이었다.


희망에 부푼 눈알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작업 목표를 탐색하고 있던 도중


교수님이 손뼉을 치며 학생들에게 외쳤다.



교수 

- 자, 이제부터 조별 발표를 위해 조를 짜겠어요.


4명씩 한 조를 만들어 주세요. 다섯 명 까지도 가능합니다.



게다가 예상 밖의 수확인 조별활동 까지!!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다가


구렁이 웨이브 댄스 하듯 스멀스멀


스페셜한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는


너무나 뻔한 스토리!!



하지만..........


사람들은 순식간에 같은 과끼리 뭉쳐


범접할 수 없는 AT 필드를 전개해버렸고


혼자 이 강좌에 지원한 난


태평양 오리 알 마냥 허공에 둥둥 떠버렸다.



교수 - 자, 어느 정도 되었나요? 조 짜지 못한 분?



난 저 먼 사하라 사막 생명의 고동이 느껴지지 않는 그곳에


인고와 생(生)의 집념으로 뿌리 내리고


작열하는 태양 빛에 말라가는 한 포기 잡초처럼


마지막 한 가닥 희망의 빛을 갈구하며


나를 구원해줄 아리따운 여인들의 품을 향해


애처로운 손길을 뻗어야했다.



그리고 난 보았다.


띄엄띄엄 솟아있는 두 개의 다른 손을.


멀리서도 격동적인 힘줄과 구릿빛 피부가 빛나는


대한건아의 팔뚝을!!!



........망했다.



교수 

- 자, 그럼 그쪽 세 분 조 짜도록 하세요.


조를 정했으면, 조별 이름을 정합니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의 남자.



?? - 김씨라고 합니다.


?? - 난 허씨.


기억 - 기억입니다.



모두 공대였다.



다른 사람들이 조 이름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을 때


우리들 사이엔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다.


단지.... 마지막 한 줄기 희망조차 잃어버린


몰락한 청춘들의 뜨거운 눈물만이 가득할 뿐.



남고 출신임을 증명하는 듯한


어설픈 스포츠머리를 쥐어뜯으며


난 되뇌이고 또 되뇌였다.



괜찮아.


꼭 같은 조에 여자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난 괜찮아. 정말이야. 난 괜찮아.



김씨 - 조 이름은 뭘로 하죠?



이미..... 알고 있잖아.....



2000년 가을.


천 가지 고통이 마비되는 그 계절에(仟苦痲痹)


솔로라는 고통을 참지 못한 세 사람이 뭉쳤다.



우리 조의 이름은....공대 찌꺼기였다.



교단 앞에서 각자 조별 소개를 하는 도중


모두가 우릴 비웃었다.


그래. 이렇게라도 눈도장을 찍어놔야


동정심에 말이라도 걸어주겠지.


참자, 견디자, 우리에게도 봄은 온다!!!



옆에 서있는 김씨와 허씨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슬쩍 옆에 있는 두 사람을 돌아봤을 때


우연히 마주친 눈 사이에


한줄기 뜨거운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교수 -....그런데 세 명 뿐이라 어쩌죠? 괜찮겠어요?



맞아!! 네 명 아니면 다섯 명이라고 했었지!!



다시금 희망의 태동을 느낀 우리는


다섯 명인 조에서 여자 한 명을 빼앗아오자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교수님에게 의견을 전달하려 할 때


한 여인네가 뒷문을 빼꼼 열고 들어와


살금살금 자리를 찾아 헤매는 것이 보였다.



교수 -거기 늦게 오신 분.


?? - .......예?! (화들짝!)


교수 - 이 강좌에 친구 있어요?


?? - 아......없는데요.


교수 - ...이분들이랑 한조 하세요.


?? - ...예?.. 예....



아직 상황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듯한 그녀는


삐질 삐질 우리의 곁에 와서 섰다.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단정한 머리.


작은 키에 빵 모자를 눌러써서


얼굴은 잘 보이진 않았지만


언뜻 보기에도 상당히 귀여운 이미지였다.



교수 -자....이렇게 공대 찌꺼기 조가 완성 되었습니다.


?? -.....엑?!!



그녀의 반응에 학생들 사이에선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졌고


당황한 여인네는 얼굴이 발갛게 물든 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듯 옆에 선 내 뒤로 숨었다.



그렇게....나에게...희망의 빛은 다가왔다.


우리 조의 이름은....‘백설공주와 공대 찌꺼기’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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