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1일째] 시코쿠 1번절 료젠지로 향하다.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4)>


-시코쿠 1번절 료젠지로 향하다.-

2010. 3. 25.

도데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것일까?
시코쿠로 향하는 전날에 과음이라니... --;;;

전날 짐을 꾸리고 단골 한국이자카야에 갔다가...
그날 분위기에 취해 주인 언니랑 한두잔 한것이....
결국 좀 오바를 했던 모양이다. --;;

새벽 5시 30분 천근만근 무겁기만 한 몸을 일으켜
씻다가... 화장실에서 내용물 확인을 하고...
주섬 주섬 배낭을 메고 우메다로 향했다.

그런데.. 이런 정말 몸상태가 좋지 않다. --;;
신이마미야역에서 우메다까지 가는 지하철안에서...
경고 싸이렌이 울린다.

우메다까지 억지로 참아내면서 가다가...
우메다 역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다.

두어번 쏟아 내고 나니...
이제야 좀 진정되는 듯.... ㅜㅜ

설마... 이렇게 많이 쏟아 내었는데....
버스안에서는 괜찮겠지...? --a

시간을 보니 버스가 출발할 시간이 촉박해 있었다.

부랴 부랴~ 우메다 한큐삼번가에 있는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7시... 정각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도쿠시마로 향하는 첫 버스였다.

올빼미족인 나에게는 첫차를 타고 가는 것이 무지 부담스러웠지만
앞으로의 여정은 지난 생활 리듬은 모두 잊고 새롭게 적응해
가야하기 때문에 첫차를 예매했던 것이다.

거기다 첫차로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아무래도 첫날을
그냥 의미없이 보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버스표는 15일전부터 예매가 가능해서 출발하기 전 15일전에
일찍부터 예매를 해 놓았는데....
문제는 일찍 예매를 해 놓다보니 출발 당일의 일기예보를
체크 할수 없었다는 것이다. --;;;

날을 잡아도... 어찌 이렇게 잡았을까?
첫날부터 비라니...
적응도 되기전에 첫날부터 고생길이 눈에 선했다.



우메다에서 도쿠시마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 소유된다.
가격은 3,600엔~

버스 안에서 다행히도 우려했던 속 울렁거림은 사라졌지만....
추운 날씨에 에어콘 바람때문이었을까????
이번에는 화장실이 갑자기 급해졌다. --;;;

아~ 정말 위아래로.... 아침부터 왠 날리인지...!!!



9시 40분...
배를 웅켜잡고 한계점를 향해 갈때쯤....
도쿠시마역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우산도 쓰지 않고 도쿠시마역 화장실로 향했다.
휴~~~~~~~~~~~~~~~~~~~~! ^^;;;

이제야 좀 살것 같았다.



그나저나 화장실로 오는 길에 역앞에서 오헨로상을 본듯 했는데...
화장실에서 나가 아까의 그 장소에 가보니 구걸을 하고 있는
오헨로상의 모습이 보였다.

시코쿠로 오기전 오헨로상을 가장한 홈리스가 있다고 하더니...
저분 같은 분을 이야기 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급박한 상황이 생겨서 잠시 도움의 손길을 구하는 것일까???

이유를 알수 없지만 시코쿠에 도착해서 보게 된 첫 오헨로상이
저분이라니...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몸이 살만하니...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지하에 내려가 롯데리아에서 햄버거 하나를 주문해서
열심히 먹어주었다.

햄버거를 먹으며 주변을 살펴보니 나 이외에도 오헨로상들의
모습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1번 절이 있는 료젠지로 가려면 도쿠시마역에서 반도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햄버거를 먹고 아무생각 없이 표를 끊고 바로 탔는데....
사실 반도역으로 가는 전차는 자주 있는 것이 아니라서..
시간표를 먼저 확인하고 타야한다.

운도 좋지...
이 전차를 놓쳤으면 적어도 사십여분을 족히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도쿠시마역에서 반도역까지는 20여분 소요된다.



그리 긴 전차가 아닌데도 전차 안에 화장실이 있었다. ^^



전차안에는 많은 오헨로상의 모습이 보였다.
첫날 같은 전차에 운명을 같이 한 오헨로상들의 모습에
괜시리 친근감이 들었다.

옆에 앉은 사람에게 말이라도 시켜 볼까? 하다가...
그냥 조용히... 창박을 보며 반도역으로 향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이번 여행에서 나와 찐~한 우정을 오고
갈 친구가 함께 이곳에 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10시 40분 반도역에 도착했다.
비는 여전히 주룩 주룩 내리고 있었다.

내가 우비를 챙겨 입고 있는 사이 나와 같이 내린 오헨로상들은
저만치 앞으로 가고 있었다.



반도역 대기실은 무척 아기자기 하며 예뻤다.
잠시 구경을 하는 사이 다른 오헨로상들은 모두 사라지고...
캐리어에 많은 짐을 준비한 오헨로상 한명만 보일뿐이었다.

꼴지로 출발하지 않게 된 것에 내심 안심하며....
나 또한 빗길을 나섰다.




반도역에서 1번절인 료젠지까지는 15분 정도 도보를 해야했는데
순례길 답게 길목 중간 중간 자그만한 제단이 눈에 들어왔다.



그나저나 반도역에서부터 직진해서 무작정 걸었는데...
아직까지 마크가 보이지 않는다.

반도역 자체가 오헨로미치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기때문에...
초입 부분에는 화살표가 없었던 것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다른 오헨로상들이 갈때 부지런을 떨고
따라갈 것을... --;;;

갈림길에서 잠시 헤메고 있는데...
나보다 늦게 마지막으로 출발한 오헨로상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지나가며 먼저 인사를 건냈다.

나의 서툰 일본어를 듣고서는 어디에서 왔냐고 묻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무척 놀래는 모습이었다.

1번절까지 함께 가자고 해서 그를 따라 걸었다.



그의 이름은 아가타상이었다.
날렵한 몸매에 인상좋은 그의 모습를 보고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이라 생각했었는데 물어보니 65세라고 한다.

자신의 딸과 내 나이가 비슷하다는 말에...
정말 놀랬다. ^^

그 또한 나처럼 걸어서 88개의 절을 모두 걸을 예정이라고 했다.



산문에 들어서니 아담하고도 예쁜 풍경들이 펼쳐졌다.

드디어... 출발점에 들어선 것이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 두근~



일주문 근처에 있는 미즈야 앞에 있던 아가타상이 나를 불렀다.
바가지를 들고 왼손을 씻고 다음에 오른손을 씻고
입을 헹군뒤 바가지를 물로 한번 씻고 제자리에 놓으며
나에게 순서를 알려주었다.



여행 전 책자에서 절에서의 순례법을 봤기때문에...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외국인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그의 모습에 모르는 척 가르쳐 준 방식으로
해보았더니 좋아하신다. ^^

그리고 나서 그는 종루에 가서 종을 치고 본당과 대사당에
참배와 독경을 하러 사라졌다.



일단 나는 순례의 복장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기로 했다.
순례 용품은 각 절마다 모두 판매하지만 시작 지점인 절이다보니...
1번절 료젠지가 가장 다양하고 많은 물품이 구비되어
있는 듯 싶었다.

1번절의 순례용품 판매소는 경내와 산문 바로 옆 가게에서
구입할 수 있었는데, 산문 바로 옆 가게가 조금 싼 편이라고
들었지만 비도 오고 경내 바로 옆이고 해서 그곳에서
구입을 하게 되었다.



사실 순례용품을 제대로 구비하려면 상당한 돈이 든다. --;;

금강지팡이-콩고즈에(1,500엔~2500엔)
삿갓-스게가사 (1,500엔~3,000엔)
백의-하쿠이 (2,000엔~3,500엔)
하얀가방-주다부쿠로 (1,000엔~2,500엔)
염주 (2,000엔~6,500엔)
납찰-오사메후다(200엔/200장)
납경장-노쿄쵸(2,000엔~3,500엔)
요령-지레(1,000엔~1,500엔)
와게사(2,000~3,500엔)

그외에도 다양한 물품이 있지만 위에 열거한 물품들이
주로 순례자들이 구매하는 물품들이다.

그렇다고 순례를 하기 위해 꼭 저 물품들을 구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냥 등산복차림으로 순례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순례 의복을 몸에 걸치고 있으면
주변 사람으로 하여금 순례자로 인지되어 여러가지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정체성도 느낄수 있으니
간소하게 나마 준비해서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고심끝에 내가 구입한 물품은 전통적으로 소복을 상징하는 백의(1,890엔),
관 뚜껑을 대신할 대나무 삿갓 스게가사(1,575엔),
코보대사의 화신이고도 하며 묘비를 의미하기도 한
금강지팡이 콩고즈에(1,680엔)
영지에 참배 한 증표로 삼고, 납경소에서 묵서와 도장을 받을
수 있는 납경장(2,310엔),
주소, 이름과 기원하는 것을 적어 본당과 대사당에 납입할때
또는 접대의 답례로 건내주게 되는 납찰 오사메후다(210엔)을
구매하기로 했다.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 놓고 계산을 기다리는데...
여자스님 한분이 내가 들고 있던 한국어지도를 보시고는
한국에서 왔냐고 물어보신다.



그렇다고 하니깐 계산하다 말고 갑자기 내가 고른 백의를
다시 물품진열대에 올려 놓고서는 카운터 안쪽에 있던 백의를
꺼내와서는 오셋다이라고 하시며 주시는 것이 아닌가!!!

오셋다이란 일종의 보시와 같은 것인데...
마을 주민이 순례자에게 베푸는 접대이다.
나 대신 오헨로 순례를 무사히 잘 마쳐달라는
의미로 순례자에게 보내는 응원이라 생각하면 된다.

사실 절에서... 그것도 스님에게 첫 오셋다이를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거기다... 가격도 꽤 나가는 파는 물건인 백의를...
오셋다이로 받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이 고마움을 어찌 표현할지 몰라 멍~해 있는 나에게...
부디 무사히 건강하게 다녀오라며...
자신은 법회가 있어서 바빠서 이만 실례한다며...
종종 걸음으로 사라지셨다.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스님이 사라진 곳에는 다른 판매 직원인 듯한 분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스님은 왜 그 순간 판매대에 있다가 나에게 친절을 베풀게 되었을까?
참 알수 없는 인연이다.

혹시 이 절에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저렇게 오셋다이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몇분간 지켜보았지만....
다른 이들에게 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여행을 하면서... 난 참 신기한 체험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늘... 뭔가...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힘들때면....
그 길을 헤쳐 나갈수 있게 해주는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오셋다이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오사메후다라도 건내 드렸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대신 본당에서 손 모아 합장하며 마음속 깊이 감사함을 전했다.
또한 이번 여행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도 살며시 빌고 나왔다. ^^;

발원의 절이기도 한 료젠지는 신이나 부처에게 소원을 비는
발원을 하고 88개 사찰을 모두 순례하면 결원을 하게 된다.
결원을 하게 되면 소원 한가지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본당에서 나와 오른쪽을 보니 13의 불이 보였다.
13의 불은 사후 7일째부터 33년째까지 행해지는 13회의
추선공양(사망자의 명복을 비는 행사)을 분담하는 불상이라고 한다.



경내에는 이것 저것 신기한 모습들이 많아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비때문에 사진을 찍기가 힘들었다.

시코쿠에서의 순례 여행은...
1번에서 시작해서 88번으로 끝나지만...
링을 만들기 위해 1번절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그때는 오늘과는 달리... 절에서의 순례법도 꼼꼼히 다 하고...
제대로 경내의 분위기를 느껴야 겠다고 생각했다.



료젠지는 석가가 불교의 가르침을 설명하며 가르친 인도의
령산(靈山)에 관련하여 사명으로 하였다.
본존은 석가 여래이며 본당에서 십선계(순례에 지켜야 할 일)를
받아 순례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이제 나도 순례용품 구비도 되었겠다 본격적인 순례를
시작해야 할듯 싶었다.



산문으로 다시 향하는데 비가 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왠 사람이 이렇게 많이 같이 오나 싶어 보니...
관광버스를 이용해 순례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납경소에서 묵서와 도장을 받을때는 버스 순례자들과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다.
잘못해서 그들 뒤에 줄을 서게 되면 장시간 기다려야 하기때문이다.

1번절의 묵서와 도장은 납경장을 살 당시 그 안에 미리 받은
상태로 판매되고 있어서 따로 받지 않아도 된다.

물론... 납경장 구입 당시 도장 대금인 300엔이 플러스 된
상태로 판매된다.

자 이제 2번절이 있는 고쿠라쿠지로 고고~

희야가~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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