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권력형 성범죄 미온적인 정부…文 비판 영향 받을까

기사입력 2020.08.09 00:00

최근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성범죄와 관련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성인지 감수성' 부족 비판 여론…"영향 크지 않을 것"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성폭력 피해자에게 거리를 두는 듯한 문재인 정부의 인식과 대처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두고 정치권의 공방은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권력형 성범죄와 관련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분을 샀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사건은) 성범죄가 맞느냐, 아니냐. 그에 대한 견해가 없느냐'는 김미애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문을 받고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 의원이 "오거돈 전 시장은 본인이 (성추행 사실을) 밝혔다. 그런데도 권력형 성범죄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냐"라고 재차 묻자, 이 장관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죄명을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온라인상에서 성평등과 여성 인권 및 권익 보호에 앞장서야 할 여가부 수장이 청와대와 여당의 눈치를 보느라 책임 있는 답변을 회피한 것 아니냐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해 청와대도 이 장관과 비슷한 취지의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3일 피해자에게 위로를 전하면서도 "진상 규명 작업의 결과로 사실관계가 특정되면 보다 더 뚜렷하고 적절한 공식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발언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뉴질랜드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의혹 사건도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017년 말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당시 현지 남성 직원을 세 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한국 고위급 외교관에 대해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안일한 대응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외교부는 이번 사안이 점차 커지자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해당 외교관을 귀국시킨 뒤 뉴질랜드 측과 인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외교 문제로 확대될 우려에 뒤늦은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뉴질랜드 측의 입장은 확고하다. 해당 외교관을 소환해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뉴질랜드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례적으로 성추행 사건을 언급했을 정도다.


이처럼 최근 고위 공직자들의 성비위 사건에 대한 일련의 정부 입장과 태도를 두고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을 보인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성이 세상을 연다' 대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낮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며 "변화된 시대를 인지하지 못한다면 문 대통령이나 장관 등이 나서서 강력한 지침이나 행동을 보여야 하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수장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것은 한국 사회를 성 평등하게 바꾸겠다는 의지나 철학이 담긴 구호라고 더는 보기 어렵다"라며 "문 대통령이나 정부에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나 기대를 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고위 공직자들의 성비위 사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를 향한 비판 여론이 형성된 데다 야당이 공세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최근 부동산 문제가 대형 이슈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최근 고위 공직자의 성비위 사건은 관심도가 하락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라며 "때문에 정부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다"라고 예상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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