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저스티스' 지혜원이 바꾼 '처음'의 정의

기사입력 2019.09.12 09:00

지난 6일 <더팩트> 편집국에서 '저스티스' 출연 배우 지혜원을 만났다. /이새롬 기자

지혜원 "데뷔작 '저스티스', 의미 깊은 작품"

[더팩트|김희주 기자] "반년을 '저스티스' 촬영에 매진했어요. 시원섭섭한 감정 중 시원함이 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서운함이 더 커요. '저스티스'는 여전히 저에게 애정이 깃든, 애틋한 첫 작품이에요."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편집국에서 단아한 미소를 머금은 배우 지혜원을 만났다. 그는 지난 5일 종영한 KBS2 드라마 '저스티즈'(연출 조웅·황승기, 극본 정찬미)에서 신인 배우 장영미 역을 맡았다.


인생 첫 작품을 맞이한 신인 지혜원에게 '저스티스' 속 장영미는 확실히 만만치 않은 캐릭터였다. 극 중 장영미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은 상처가 가득함은 물론이고,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감금과 성폭행을 당한다. 게다가 장장 6개월이라는 촬영 기간 동안 몰입해야 했기에 감정 소모도 컸을 터.



지혜원은 '저스티스'에서 신인 배우 장영미로 분했다. 장영미는 배우가 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다 범죄에 휘말리는 여성이다. /이새롬 기자

"캐릭터 공부를 위해 영미처럼 성폭행을 당한 사례의 여성들을 찾아봤는데, 사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잘 못 보겠더라고요. 대신 그 이후에는 매일마다 '영미의 일기'를 썼어요. 제가 영미가 돼 그날 있었던 일과 느낀 점들을 쓰는 거예요. 영미가 태어났을 때부터 극 중 현재 나이인 24살까지 일대기를 쓰기도 했고요. 그렇게 영미를 이해하고 공감했어요."


혼자만의 힘으로 긴 호흡의 첫 작품을 소화한 건 아니었다. 이렇게 꾸준한 배움의 자세와 배역의 감사함을 가진 지혜원을 알아보고 주변 선배 배우들이 먼저 도움의 손을 건네기도 했다.


"최진혁 선배님이 가장 많은 조언을 해 주셨어요. 제가 처음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시고 배려해주시며 다가와 주셨거든요. 나나 선배님은 언젠가 연기가 제 마음대로 안 풀리거나 아쉬울 때 '안 아쉬운 사람이 어디 있겠어, 누구나 다 그래. 나도 아쉬울 때가 많았어. 처음에는 다들 그런 거지'라고 위로해주신 적이 있으세요. 그때 순간 울컥해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기억이 나요."



지혜원은 KBS2 드라마 '저스티스'로 데뷔했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재학 중이던 한국 예술 종합 학교를 휴학한 상태다. /이새롬 기자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만 오는 것이라고 했던가. 지혜원의 그 연기 열정과 남다른 패기를 알아본 것도 '저스티스' 연출을 맡은 두 PD였다. 지혜원은 오디션 당시를 회상하며 "인생 첫 오디션이었어요. '앞으로 많은 오디션을 볼 테니 경험이라 생각하자'라는 마음으로 참여했죠. 그런데 PD님에 저에게 '너 정말 안 떤다. 신기하네'라며 말을 거셨죠. 그리고 저의 성숙하고 고급스러운 외모가 영미와 닮아 캐스팅을 결정하셨다고 말하셨어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지혜원은 이렇게 웃음과 유쾌함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범죄 사건의 피해자를 연기하는 것이 힘들지 않았냐는 물음에도 해맑게 웃으며 그는 "오히려 6화 촬영 중 납치당하던 장면을 찍을 때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나요. 다들 힘들지 않냐고 하셨는데, 모든 촬영을 통틀어서 그때가 가장 홀가분하고 재미있었어요. 오로지 '도망가야 한다'라는 목표만 생각하고 정말 미친 듯이 전력질주했거든요. 정말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저는 그때 왜 그렇게 재미있고 즐기면서 촬영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했다.



지혜원은 '저스티스'에서 감금과 성폭행을 당한 신인 배우 장영미 역을 맡았다. /KBS '저스티스' 방송 캡처

이제 데뷔 신고식을 치르며 정식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지혜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즐기는 법을 알고 있는 그에게 배우라는 옷은 안성맞춤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의외로 그는 배우가 되기 전 평범한 '영어영문과 지망 입시생'이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안겼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배우의 길을 반대하실 줄 알았어요. 그래서 고3 초반까지는 부모님께 '저는 영문과에 진학하고 싶어요'라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19살 어느 날, 가족모임에서 조심스럽게 '저는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을 꺼냈는데 부모님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 왜 지금 말해? 해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바짝 준비해서 지금 재학 중인 한국 예술 종합 학교에 합격했어요."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지혜원의 추석 인사. /이새롬 기자

'처음은 떨리고 어색하고 미숙하다'라는 편견은 지혜원 앞에서 무효했다. 첫 작품부터 당찬 패기로 PD의 눈에 들고, 낯선 환경에 주눅 들기보다는 즐기며 웃어넘길 줄 아는 여유로운 모습부터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철저한 준비성과 간절함까지. '저스티스' 속 장영미가 통쾌한 진술로 '정의'를 구현하며 맞이한 종영의 순간부터 지혜원에게 처음의 '정의'는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저스티스'는 종영했지만, 저는 또 많은 오디션을 보며 새로운 작품을 찾아낼 거예요. 저의 본 성격과 어울리는 로맨틱 코미디도, 또는 제 서구적인 마스크와 어울리는 냉철한 킬러 역도 해보고 싶어요. 도전하고 싶은 게 정말 많거든요. 하지만 일단, 곧 한가위라는 큰 명절이 다가오잖아요? 그전에 가족들과 함께 국내 여행을 다녀오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거예요. <더팩트> 구독자분들도 건강하고 알찬 한가위 보내세요!"



heejoo321@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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