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당국 지적에도 지자체 '금고전쟁' 지속…신경전 이유는?

기사입력 2019.05.21 06:00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자금을 운용하는 금고은행을 두고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들의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더팩트 DB

시중은행부터 지방은행까지…최대 '수천억 원' 경쟁 잇따라

[더팩트|이지선 기자]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유치하기 위한 국내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 뿐 아니라 기타 지역에서도 신경전이 거세지면서 법적 분쟁까지 불거지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금융당국과 정부에서도 지적을 하고 나섰지만 금고 유치 전쟁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자체가 자금관리와 운용 등을 위해 지정하는 금고은행 선정을 놓고 시중은행 간 경쟁 뿐 아니라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사이의 경쟁전도 거세다. 금고 은행은 자금 운용에 따라 수익을 누리는 만큼 '협력사업비'형태로 출연금을 지출하는데, 이 출연금 규모도 점차 커지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경쟁 양상은 지난해 약 30조 원에 이르는 최대 규모 예산을 관리하는 서울시금고의 주인이 바뀐 것을 계기로 더욱 과열되고 있다. 100년 넘게 서울시 금고지기 자리를 차지했던 우리은행이 신한은행에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서울시 금고 선정을 위해 3000억 원 대 출연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기업·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 12개 시중 은행이 지자체 금고지정 입찰 과정에서 지출한 돈은 모두 1500억6000만 원에 이른다.


그런가하면 분쟁 양상도 법정 소송까지 번지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광주 광산구에서는 기존 금고였던 농협은행을 제치고 제 1금고 은행으로 국민은행이 선정됐다. 국민은행은 농협은행보다 출연금을 3배 높게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농협은행은 심의위원 명단이 사전에 유출돼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무효 소송을 내냈다. 결국 법원도 농협의 손을 들어주면서 광주 광산구의 금고 선정을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지방은행도 금고 전쟁 심화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금고 선정 과정에서 출연금 규모를 억제하기 위해 개선안을 냈지만 경쟁 양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이외에도 전남 순천시에서도 광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계약 무효 확인 소송을 치렀고, 인천시 금고 경쟁에 참여한 신한은행애서도 직원들이 유치 자금을 목적으로 횡령을 저질러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올해는 부산시와 대구시 등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 49곳의 금고 계약이 종료되면서 다시 한번 전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치열한 양상에 지방은행들은 대형 시중은행에 떠밀리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방은행들은 지역민 거래 편의성이나 금고 시스템 운영, 지역경제 기여도 등에 대한 평가가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방은행 측은 "지방은행보다 규모가 월등하게 큰 대형 시중은행이 출연금을 무기로 지자체 금고를 공략하면 밀릴 수밖에 없다"며 "시중은행이 지자체 금고로 선정되면 공공자금이 역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정부나 금융당국도 이러한 출혈경쟁에 경고등을 켰다.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금고 지정을 위한 평가항목과 배점 기준 개선안을 내놨다. 협력사업비 배점을 기존 4점에서 2점으로 낮추고, 협력사업비를 과다하게 낼 수 없도록 보고하도록 했다.


정부의 제지에도 경쟁양상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자체를 확보하면 막대한 자금을 유치해 일단 실적에 도움이 되고, 해당 지역 공무원이나 주민들에게 영업을 하는 것도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지자체 금고를 운영하는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개인영업 위주로 영업을 하는데 한계가 있으니 기관 영업이 더 중요한 영역으로 올라오는 것도 지자체 금고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 중 하나"라며 "기관 하나를 선점하면 직원 뿐 아니라 직원 가족, 지역 전체에도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에 남는 장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atonce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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