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센터부터 공모전까지…정유사, 수도권 '주유소 꾸미기' 경쟁 치열

기사입력 2019.05.16 15:13

지난 7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주유소에서 주유소 관계자가 유가정보판을 보수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주유소 수익성 악화에 비즈니스 모델 변화 불가피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지난해 정유업체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합작으로 선보인 주유소 택배 서비스 '홈픽'과 물건 보관 서비스 '큐부' 등이 이미 주유소 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은 가운데 올해 정유업계는 수도권 내 '주유소 꾸미기'에 주목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모든 수송용 연료를 공급하는 복합센터를 건립하고 주유소 디자인 공모전 개최, 전기차 인프라 시범사업을 벌이는 등 주유소 공간 변신의 제 2막을 열고 있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주유소의 변화는 자동차 인프라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정유사들이 수도권 내 주유소를 변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GS칼텍스는 서울지역 7개 GS칼텍스 주유소(도봉구 도봉, 성북구 세창, 동대문구 청량리, 중구 초동, 광진구 구의스타, 송파구 스마트위례, 송파구 가든파이브) 에 100kW급 전기차 급속 충전기 8대를 설치해 전기차 충전 시범사업을 벌인다고 9일 밝혔다. /GS칼텍스 제공

먼저 GS칼텍스는 지난 9일 서울지역 7개 주유소에 100kW급 전기차 급속 충전기 8대를 설치해 전기차 충전사업을 벌이고 있다. 100kW급 전기차 급속 충전기가 서울 내 주유소에 설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제주나 광주 등 전기차 시범사업 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이러한 전기차 충전 사업 진출을 통해 주유소 네트워크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한 '모빌리티 인프라 서비스 공급자'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 올초 LG전자와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을 건립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 GS칼텍스 주유소에서 제공했던 주유나 정비, 세차 서비스 외에 전기차 충전, 전기차 공유, 전기차 정비 등 새로운 서비스 추가 등을 목표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새로운 주유소 비즈니스 모델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끌어올렸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8일 경기 고양시에 최대 3만3000㎡ 규모의 복합에너지스테이션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은 휘발유, 경유, LPG, 수소, 전기 등 5대 수송용 연료를 한 곳에서 판매하는 미래형 주유소다. 고양 자동차서비스 복합단지에 건립되는 현대오일뱅크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은 지난해 6월 울산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데 이어 두 번째이다.


아울러 정부의 수소 경제 확대 정책에 보조 역할을 자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고양케이월드, 고양도시관리공사 등과 함께 '고양 자동차서비스 내 복합에너지스테이션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또 첫 수도권 복합센터인만큼 태양광 발전 시스템, 옥상 녹화 등 친환경 요소들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건축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유동인구 비해 수송용 대체 에너지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도권 첫 복합 에너지 판매 시설이라는 점에 의미가 크다"며 "단지 내 다른 시설들과 조화를 이루고 방문객 입장에서 시너지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은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고양 복합에너지스테이션 조감도. /현대오일뱅크 제공

앞서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가 이달 수도권 내 주유소의 기능적인 변화에 비중을 뒀다면 SK에너지는 내외형적인 디자인 변화에 나섰다.


SK에너지는 국내외 건축, 설계, 디자인 등 관련 분야 및 주제에 관심 있는 대학생과 대학원생, 인테리어 설계 분야 건축사무소를 대상으로 주유소 맞춤형 설계 공모전을 개최한다. 설계 기획서와 설계 개념도를 제작해 접수한 후 당선되면 최대 2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SK에너지가 공모전 모델로 지목한 주유소는 서울 신길동 주유소, 서울 장안킹주유소, 경기 안양 평촌신도시 주유소로 모두 수도권 내 주유소에 해당한다. 부지와 상권 등을 고려해 선발된 3곳의 주유소를 공모 참가자들이 맞춤형으로 설계한 후 공모전에 접수하면 SK에너지는 이들 주유소에 당선된 디자인을 실제로 적용할 예정이다.


이윤희 SK에너지 리테일 사업부장은 "홈픽, 큐부 런칭 등을 통해 주유소가 공유인프라로 진화하는 실증적 사례를 만들어 냄으로써 주유소가 갖고 있는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며 "이번 공모전은 디자인과 기술이 결합해 주유소 공간에서 고객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도 수도권에 새로운 주유소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달 서울 강서구 강서구청 앞에 위치한 서울 공항대로 하이웨이 주유소에 국내 최초로 무인편의점을 개장했다. 주유소 공간은 에쓰오일이 제공하고 편의점 사업 기술과 모델은 세븐일레븐에서 맡았다. 에쓰오일은 하이웨이 주유소가 주유하는 차량 외에도 유동인구가 많아 주유소 고객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의 주유소 공간 활용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 수익성 개선 위한 정유업계의 고민


업계에서는 정유사들의 이같은 주유소의 변신에 대해 최근 저하된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정유업계의 고민이 담긴 결과로 풀이한다. 유가 상승에 따른 기름값 부담, 전기차 및 수소차 등 친환경차 인프라의 확대, 최저임금 상승 등 다양한 요인이 최근 급격히 늘어난 주유소 폐업 사례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최근 4년 간 연간 평균 149곳의 주유소가 부지를 비웠다. 조사를 시작한 2014년 7월 기준 전국 주유소는 1만2345곳이었지만 이달 기준 주유소는 1만1769곳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주유소의 폐업 비용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주유소 인근 토양은 일반 유후부지와 달리 오염도가 높아 재활용이 어려울뿐더러 지하에 매립된 주유 시설물 등을 철거할 때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폐업 비용 부담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져도 선뜻 폐업하기도 어렵다.


여기에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미세먼지 문제로 인해 경유세를 인상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방보다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아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수도권 지역도 점차 운영 척도가 기우는 형태다. 주유소 변화가 불가피한 이유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휘발유와 경유 등을 연료로 하는 기름 자동차가 주를 이루며 국내 교통 요충지에 자리잡고 있던 주유소가 기존 주유소의 모습이라면 전기, 수소 등 새로운 연료를 사용하는 친환경차 인프라의 확대, 철거 비용 부담 등에 따라 정유사들이 주유소 공간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며 "물류와 유통업계 등과 협업하거나 전기차 충전소를 보급하는 등 앞으로도 주유소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제시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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