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사랑이야기

글/그림 : 바다의기억

피아노 위에 태권도 <64화> 실전교실1

.....업뎃이 너무 늦은 것 같네요.

그래도 마음 속에선 늘 발업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 아드레날린 프리즈 ===========================



“My legs are still fall asleep sometimes."

“아직도 다리가 저리다네요.”

“몇 번 더 하다 보면 괜찮아 질 거라고 그래요.”

“에.... If you repeat that several times,
you'll be fine. No cramp, no asleep....."

"What? repeat? No!
I'll never do that again!"

“..... 다신 안 하겠데요.”

“토마스는 앞으로 매일 연습해서
다음엔 꼭 이기겠다고 했으니
마음대로 하라고 전해줘요.”

“Tomas said....”


유연성 대결 이후

선희는 허벅지 안쪽 근육이 몽창 터져

검붉은 멍이 곳곳에서 일어났고

하루가 지난 지금도 안짱걸음을 하고 있다.

다리 찢다가 실핏줄 터졌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어봤지만

대부분은 약간의 근육통으로 그치기 때문에

실제 멍이 든 걸 본 건 처음이었다.


“아무튼....독하다 독해.”

“..... 제 생각엔 시합하다 팔 부러진 사람이
더 독한 것 같은데요.”

“전 부러진 줄 몰랐다니까요?”

“독하다 독해.... 얼마나 이기고 싶었으면
자기 팔 부러진 걸 모르냐.”

“허어..... 참 나.”


선희가 나온 뒤로

도장에 올라와 있는 시간이 많아진

한선생과 피아노 아줌마.

한선생은 내게 있어 꽤나 귀중한 통역관이지만

피아노 아줌마는 심심하면 한 번씩

사람 속을 벅벅 긁어놓고 있다.


“아니 한선생은 그렇다 치고,
왜 남의 도장 와서 사람 속을 벅벅 긁어요?”

“관장님이 맨날 한선생님 데려가니까 그렇잖아요.
학원에 혼자 남아서 뭘 해요?”

“할 거 없으면 집에 가서 tv나 보든가?”

“할 게 없긴 왜 없어요?
내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럼 가서 그거 해요.”

“...... 나중에 할 거예요.”

“왜? 왜 나중에 해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몰라요?”

“....... 호오, 그거 누가 한 말인지는 아세요?”

“그야...... 음.......
꼭 누가 한 말인지 알아야 써요?
그 말이 뜻하는 게 중요한 거지.”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한 말이에요.”


...... 간혹 가다가 느끼는 거지만

이 아줌마 참 쓰잘머리 없는 건 많이 외우고 있다.


“그래서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려고 그래요?”

“그러는 관장님은 오늘 할 일 안 미루고 다 했어요?”

“난 부상자잖아!
팔이 이 모양 이 꼴인 데 무슨 일을 해요?”

“저도 어제 치과 갔다 와서 이빨 아프거든요?”

“이빨 아픈 거랑 일 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이빨은 짐승 게 이빨이고,
사람 건 이예요, 이.”

“.... 그래요! 전 짐승이라서 이빨이에요!
짐승 이빨에 한 번 물려볼래요?”

“아니 내가 원장님한테 이빨이라고 했어요?
자기가 이빨이라고 해놓고 왜 나한테 성질이에요?”


대체 이 아줌마의 두뇌회로는 어떻게 생겨 먹은 건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꾸만 배가 산으로 간다.


“Oh, am I interrupting your quality time?"

“...... 왓? 한선생 어딨어? 한선생.”

“여기 있어요. 두 분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한 건 아니냐고 묻네요.”

“뭐? 오붓? 오붓이 무슨 뜻인지나 알아?
눈이 삐었어? 눈이 삐었냐가 영어로 뭐요?”

“....... Where are your eyes?
What are your eyes for?
뭐 이정도 되지 않을까요?"

“오케이, 안쏘니, 웨얼 알..... 다시 다시, 뭐라고 했더라?”


내가 왜 팔자에도 없는 영어 때문에

이 고생을 해야 하는 걸까?

갑자기 사무실에 들어온 선희 때문에

한바탕 난리를 겪고 있을 때

마침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예, 참 태권도장입니다.”

“관장님, 저 성원이 엄마예요.”

“아, 예 어머니, 어쩐 일이세요?”

“...... 성원이가 오늘 학교에 다녀왔는데
몸 여기저기 멍이 잔뜩 들어 있네요.
아무래도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은데
물어봐도 대답도 않고....
관장님도 알고 계셨나요?”

“예? 아..... 죄송합니다. 미처 눈치를 못 챘네요.”

“요즘 애들 영어 수학 공부할 시간도 모자라는 데
태권도장까지 보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애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라고 보내는 건데
이렇게 학교에서 맞고 다닌다고 하면
태권도장 보내는 보람이 있겠어요?”


그 뒤로도 10여분 동안

난 성원이 어머니의 눈물과 분노가 섞인

하소연을 들어야 했다.

전화통화를 하는 내내

주위 사람들은 쥐죽은 듯 조용히 앉아

통화음에 귀를 기울였다.


“관장님 하나뿐인 아들이 학교 가서
애들한테 무시 받고 얻어맞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집에 가만히 앉아 계실 수 있겠어요?”

“아, 예 일단 성원이와 이야기를 해보고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보겠습니다.”

“언제까지요?”

“예?”

“언제까지 해결책을 찾아 주실 거냐고요.”

“글쎄요, 그건 뭐라 확답을 드리기가......”

“담임선생님도 그렇고 관장님도 그렇고
어쩜 그렇게 무책임한 말씀만 하세요?
그 나이 땐 다 그렇다,
애들 일인데 아이들끼리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
곧 괜찮아 질 거다....
그 전에 우리 애 잘못 되기라도 하면
관장님이 책임지실 거예요?!”

“저기, 어머니, 일단 좀 진정하시고....”


이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나였고

이제껏 주변에서 이런 걱정거리를 토로한 사람이 없었기에
(오히려 합의금 물어주느라 등골이 휜다는 사람은 많았다.)

당황한 난 애꿎은 머리만 벅벅 긁으며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머리를 굴렸다.

그때,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곽두기 일당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여어~ 관장님, 그간 안녕하셨어라?”

“쉿, 쉿~ 지금 통화중입니다.
아, 예, 아닙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예, 예.....”

“...... 무슨 일이셔라?”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동안 착잡하고 멍한 기분에

한숨을 푹 내쉰 뒤

난 두기 일당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하긴 한가봐요.” (한선생)

“이것 참.... 뒤통수 맞은 기분이네.”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랍니까?
애들 다 좀 치고 박고 싸우고 크는 거지. 허허. ”(곽두기)

“싸우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맞았으니 문제죠.”

“...... 그냥 가서 때린 애 찾아 가지고
몇 대 패고 다음에 또 그라믄 죽이삔다
뭐 이라면 안 되겠습니까?” (토마스)

“...... 근본적인 해결이 안되잖아요, 근본적인 해결이.
그리고 그쪽 부모가 고소라도 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

“..... 한 두어 시간 묻어 놨다가
부모님한테 이르거나 경찰에 신고하면
확실히 죽인삔다고 그라믄 못 이를낀데.... ”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애들을 잡아다 땅에 묻겠다구요?”

“땅에 묻는데 애 어른이 어딨능교.
애 새끼들 쪼매나면 파는 사람 고생 덜하고 좋지.
그라지?”


토마스의 말에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는 어깨들.

아무래도 다들 야산에 구덩이들 좀 파본 것 같다.


“...... 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줘야죠.
실전에 부딪혔을 때 써먹을 수 있는
호신술 뭐 이런 걸 가르치면 될 것 같네요.”

“그걸로 해결이 되겠습니까?”

“글쎄요.... 일단 가르쳐 보고 결과를 봐서..... ”

“보소, 관장님, 그런 거 백날 가르쳐 봐야 쓸모없소.
싸움은 배짱이오, 배짱! 깡!, 깡다구! 뱃심!
기술 백날 가르쳐봐야 배짱이 없으면
깨갱 깨갱 소리 밖에 못 한당께요?”

“....... 그런 건 기술을 배우면 좀 생기지 않을까요?”

“아 참 나.... 보소,
우리 성님이 태권도 1년 배우고
우승 한 거 보면 모릅니까?
그 사람들이 기술이 부족해서 졌나?
깡이 부족해서 진 거 아니요, 깡이 부족해서!”


토마스가 그렇게 소리치는 순간

주변의 분위기는 일순간 싸하게 가라앉았다.

갑작스러운 공기 변화를 눈치 챈 토마스는

방금 자신이 한 말을 다시 더듬어 보았고

곧 중대한 실수를 발견했다.


“성님, 제가 하려던 말은 그것이 아니고 말이지라....”

“흠....”

“.....벽보고 섰을까요?
아니면 칵 변기통에 대가리라도 박고 있을까요?”

“흐음.....”

“아유, 아유 이놈의 주둥이,
이놈의 주둥이가 문제여요, 참말,
우째야 쓰까요, 성님.....
마음 같아서는 콱 혀 깨물고
삼천 배라도 드리고 싶은디.....”

“흐음흠......”

“일단은 벽보고 서있겄습니다, 성님....”


그렇게 토마스가 사무실 밖으로 나간 뒤

착잡한 표정으로 턱언저리를 만지던 두기는

별로 틀린 말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나에게 말했다.


“우리 막내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으니
한 번 해 봅시다.
실전 태권도 교실,
학교폭력으로부터 자녀를 지켜 드립니다.”

“으음......”

“우리 애들 처음 들어오면
담력 키우기 한다고 시키는 것 좀 있는데
그거 한 일주일 하고 나면 까딱 없을 겁니다. 하하.”


과연 학교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조폭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게 올바른 일일까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나였다.
풀빵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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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화-피아노 위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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