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요즘 중간고사 기간이네요.
벌써 마치신 분들도 많겠지만...
아무튼 하루 하루가 빡센 요즘입니다.
----------------------- 쉴새없이 휘몰아친다!! ------------------------------
“.......”
“Is there anything...."
"No, No. Stop. 일단 셔덥."
왜, 어째서, 관원이 늘어난 건 좋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은가.
내가 원한 관원은
깍두기나 양놈이 아니라
태권도혼에 불타는 파릇파릇한 중고생들이었는데....
“아 나 씨.... 한국말 못해요? 한국말?”
“....한쿡말.... 쇼큼.... 아라효우.”
“어이쿠, 쇼큼 알아효? 그나마 다행이네.
얼마나 할 줄 알아요?”
“Wal....훨마나? 훨마나 뭐예효?”
“한국말 뭐 할 줄 아냐고~.”
“...... 배 고퐈? Hm.... 퐈장실?
And.... 안뇽하세요르....”
“아 나 씨! 미치겠네!”
“아, 나 그거 아라효. 미취겠네.
Master Shim always said like that.
미취겠네~.”
“..... 이건 또 뭐라는 거야.”
할 줄 아는 말이 ‘배고파.’ 랑 ‘화장실.’이라니....
이건 뭐 세 살짜리 애기도 아니고
한국에 온지 1년 됐다면서
그동안 뭘 배운 거야 대체?
그와의 의사소통이 앞으로도 원활하지 못할 것임을
분명히 깨달은 난
일단 그가 가지고 온 편지봉투를 뜯었다.
그곳엔 짤막한 편지 한통과
몇 장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김은희 관장님께=
안녕하세요, 믿음태권도장의 심만수 관장입니다.
갑자기 이런 무거운 짐을 떠넘기게 되어
참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만
도장의 안녕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중략-
수고롭고 때로는 힘도 들겠지만
저희 선희군을 잘 부탁드리며
마지막으로 몇 가지 당부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한국말은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도 3일이면 잊어버리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그냥 손을 놓으시길 바랍니다.
둘째, 겨루기 할 때 호구는 반드시 세 겹 이상 입으세요,
셋째, 지금은 평소 체중에서 20kg 정도 감량한 상태입니다.
평소 체중으로 돌아가면 야생 고릴라를 풀어놓은 것과 같으니
꾸준히 다이어트 시켜주세요.(사진 참조)
넷째 ....화이팅.
과연 첨부된 사진엔
그가 도복바지만 입은 채
온몸의 근육을 뽐내며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가슴을 수북이 덮은 털만큼이나 위압적인
공포의 갑빠와 삼각근.
사진 속 모습에 비하면
지금은 보통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판이었다.
대체 나하고 무슨 원수를 졌다고
이런 짐을 떠넘긴 걸까.
내가 조련사야?
말도 안 통하는 야생 고릴라를 다이어트 시키게?
...... 꾸깃.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편지를 구겨 쥐자
앞에 서있던 안선희 선수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Are you OK? Is there anything that made you angry?"
“아 나! 아줌마! 아줌마 혹시 영어 좀 해요?”
‘도리도리.’
평소 같으면 ‘누가 아줌마예요!’라고 화부터 낼 그녀도
아메리칸의 압박 앞에서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Azum...ma? 아쥼마, Would you give me a...."
“누가 아줌마예요?! 이 아저씨 웃기는 아저씨네?”
“...Wha...What? Would you...."
“아 아줌마. 한선생! 한선생 불러봐요.
지난번에 보니까 영어 좀 하는 것 같던데.”
“누가 아줌마예요! 관장님이 아줌마라고 하니까
이 사람도 저보고 아줌마라고 하잖아요!”
“아니, 저기 그건 미안한데, 아무튼 한선생 좀.....”
첫 만남부터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 그였다.
"Coffee?"
“....... Oh, thanks."
한선생이 올라온 뒤로 조금 안정을 찾은 그.
커피 하나를 발음해도
왠지 좀 배운 티가 나는 그녀의 모습에
피아노 아줌마와 난 연신 감탄할 따름이었다.
“And... Let's talk about.
Do you want to join us?"
"Yes, Master shim said....bla bla....."
“이 체육관에 다니고 싶다는데요.”
“아니 그건 우리도 알아요.
아..... 이 사태를 어쩌나 진짜.
한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해요.
받아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안 될 이유도 없잖아요?
힘세고 외국인이라고 내치는 법이 어디 있어요?”
“아니 최소한 말이라도 통해야...”
“태권도에 언어의 장벽이 있나요?
세계로 뻗어나가는 태권도!
세계 속의 대한민국!
그리고 정 안되면 저라도 있잖아요!”
“나는 그닥.... 전도사가 되고 싶은 생각은....”
“으음!”
“...... 내 왼팔은....!”
“어허!”
아니 뭔 사람이 말을 못하게 하냐....
그렇게 입관이 결정된 안선희 선수.
“회비는 8만원이고요.”
“Costs is 80.000won."
"Oh, no. I didn't paid a due when I...."
"..... 예전 도장에 있을 때는 회비를 낸 적이 없다는데요.“
“예?! 뭐 거긴 땅 파서 장사한데요?
왜 공짜로 다녔는데요, 왜?”
“How did you learning tea-kwon-do without costs?"
“Instead, I did wash, cleaning, teaching English....."
“대신에 빨래하고 청소하고 영어 가르쳤대요.”
“...... 그래서 지금 여기서도 그렇게 하겠다고?
와 나 제대로 어이없네, 진짜.....”
하루 한 시간 나와서 운동하겠다는 것도 막막한데
도장에서 빨래랑 청소하면서 다니겠다라....
상상이 안 간다, 상상이 안 가.
“심관장님이 태권도 정신을 배우는 데 좋다고 하셨데요.”
“빨래랑 태권도 정신이랑 무슨 관계에요?
아니 빨래는 그렇다치고
영어 가르치는 건 또 무슨 상관이야?”
“커뮤니케이션이죠,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은 개뿔이
한국말 배우면 3일이면 잊어버린다는데!”
“Oh, 아니예욜. 한쿡말 안 이줘버려요.
배코우파, 퐈장실, 안뇽하세욜....”
“오우 나, 혈압, 아....!”
“Oh, I know that! 히얼압~ 히얼압! Ha ha!”
그리하여
나의 부상과 분노에는 아랑곳 없이
안선희, 본명 안쏘니 스트롱맨은
도장에서 청소와 빨래를 하며 태권도를 배우게 되었다.
“Master Kim, Is there anything I should do?"
“....... 뭔 뚜?”
“...... Pardon?"
“.......몰라, 화장실 가서 배고파해.”
“I'm Sorry, sir. But that is little odd...."
아무리 봐도
앞으로의 길이 순탄할 것 같진 않은 나였다.
다음날.
“와아.... 미국인이다.”
“우와.... 머리 봐봐.”
"안룡하세요르~!“
“와아! 우와, 우와~!”
초등부 수업에 나타난 그는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폭발이었다.
“Airplane~ woo~~."
"우와아아아아아~~!“
“Space shuttle~ Woow~!"
“워~ 워워워어~.”
아이들과 그 사이엔
언어적 장벽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지
불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그는 아이들 사이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be a star! Woooooooooaaaaa~!!!"
“으아아아아아아아앙~!!!!
관장님 살려주세요~!!”
‘쿵. 푹석’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허공으로 던져진 10살짜리 꼬마가
도장 천장에 살짝 부딪혔다가
다시 그의 품에 안기는 것을 본 직후였다.
“워어어! 큰일 날 뻔 했잖아!
괜찮냐? 괜찮냐?”
“관장님..... 으앙....””
난 황급히 그의 품에서 아이를 빼앗아
몸 상태를 살폈고
겁에 질린 아이는 곧 울음을 터트렸다.
“Oh, Don't worry master.
that's in my expectation.
No problem, no problem."
“샤덥! 비콰이엣! 스텝백!”
그가 뭐라고 하는지는 알 도리가 없었지만
전혀 놀란 기색 없이 실실 웃고 있는 그의 표정에서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기에
난 일단 인터넷에서 찾은 비상용 영어로
그를 조용히 시켰다.
“우와.... 관장님 영어 잘한다.”
“방금 관장님이 미국인한데 닥치라고 했어.”
“진짜? 그랬어?”
“응, 닥쳐가 영어로 쌰덥이야.”
....... 난 아직도 가슴이 철렁한데
주변에서 아이들은 내가 영어로 말했다는 걸로
왁자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수업중에 코피만 나도
학부형들에게 전화가 쇄도하는 요즘 세상에
그를 아이들 곁에 두는 건
아이들을 울타리 없는 동물원에 데려가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디다 목줄이라도 채워놓든가 해야지
사람이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드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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