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의 궁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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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볶음, 담배꽁초 그리고... 어이상실





[순대볶음, 담배꽁초 그리고... 어이상실]


"순대볶음 하고 계란말이 주시고요... 참이슬 하나 콜라 하나주세요"


...



순대볶음은 거의 다 먹어갔고

계란말이는 한조각 먹은 상태

소주는 반병 정도 마셨었나?



...




"아주머니~ 잠깐만 이리로 와보실래요?
이친구가 순대볶음을 먹다가 담배꽁초를 씹었거든요 ㅡㅡ;;;"



"어? 그게 왜들어갔지? 우리잘못 아니에요"



"아주머니... 암튼 얘가 담배꽁초를 씹은건 사실이잖아요"



"들어갈리가 없는데... 순대 떼온거에서 들어갔겠죠"



"ㅡㅡ;;;;;;;;; 이건뭥미?! "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한것도 아니고
다른 안주를 하나 만들어주겠다 어쩌겠다 이런것도 아니고?)



"미안해요" 
(몇마디의 말들이 더 오고 간후 그 아주머니는 미안하다는 말 네마디 하고 휘리릭)



태어나서 한번도 담배를 피워본적이 없는 깔끔쟁이 내 친구 녀석은
누군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피우고 버린
게다가 순대볶음에 같이 볶아져 나온 담배꽁초를 씹고나서
얼굴이 뻘개져 화장실로 이를 닦으러 갔고
그 아주머니는 하고 있던 옆테이블 정리를 다시 시작했다


양치 후 씩씩거리며 돌아온 친구녀석은 나가자고 했다
물론 계산은 못하겠다며



"저기요 계산은 하셔야죠"



"못하겠는데요"



"순대볶음 먹을 만큼 다 먹고나서 담배꽁초 나왔다고 돈을 못내겠다니요"



"다 먹고 남기고를 떠나서 담배꽁초가 음식에서 나와서 그걸 입에 넣고 씹기까지 했는데 돈을 내라니요.... "
"게다가 담배꽁초가 들어있던 음식인줄도 모르고 다먹어버린게 더 비위가 상하는데요"



"전 사장도 아니고요 암튼 돈 내세요"



"그러시다면 사장님 불러주세요"



...




"사장님이세요? 순대볶음에서 담배꽁초가 나왔는데 그거 모르고 입에 넣고 씹기까지 했네요 ㅡㅡ;;;;;;"



"음 그럴리가 없는데 순대 떼온게 문젠가?
그럼 순대볶음값만 내지 마시고 다른건 내세요"



"ㅡㅡ;;;;;;;;;;;;;;;;;;;;;;;;"



그러자 첨부터 같이 있던 아주머니의 한마디



"술값안내려고 일부러 그러는거 아냐?



참나.........
30대 중반 세명이서 2만원 정도 술값때문에 그 난리를 치는 쌩양아치로 본단 말인가


분위기가 험악해지려고 할때 사장아주머니가 계산하지말고 그냥 가라고 하셨고


가게문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담배꽁초 순대볶음을 먹은 우리들은
몇푼하지도 않는 술값을 떼먹으려 쌩쑈를 하는 쌩양아치일거라는 비아냥의 시선을
뒷통수에 느끼며 문을 나오고 말았다

더욱이 기분이 더 나빴던건
문제의 그집을 가기전 바로 전에 들렸었던 신촌 어느 술집에서 마신 병맥주는
병마다 술이 담겨있는 높이가 제각기 다 달랐고
트위스트캡이라는걸 감안하고도 새 맥주 뚜껑이 열린다는 느낌도 하나도 없었고
맥주거품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 혹시 재생맥주(?)가 아닐까 
의심을 가졌던 직후였기에 마음속에 느낀 불신과 허탈함은 지대로 였다


...


진심으로 죄송하단 말 한마디로 무난히 넘어갈수 있었던 일은
광우병 쇠고기 문제로 먹거리에 민감해진 요즘에 
남이 남긴 음식을 재활용할지도 모른다는 불신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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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순대볶음,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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