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이규호 떠난 코오롱FnC, 부진한 패션 부문 해법 있나

기사입력 2020.12.06 06:00

코로나19 여파로 패션업이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코오롱FnC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유석진 사장이 어떻게 회사를 이끌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과 유석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이사(왼쪽부터). /코오롱그룹 제공

유석진 신임 코오롱FnC 대표에 촉각…경험없는 전문경영인 체제 우려 가득

[더팩트|한예주 기자]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을 2년째 이끌던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장남 이규호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과 동시에 코오롱글로벌로 옮기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 전무가 승계작업을 위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패션 부분에서 손을 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새로운 대표로 선임된 유석진 사장이 코오롱FnC를 어떻게 이끌지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의 전망은 밝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패션업이 불황을 겪고 있는 데다 유 사장이 패션업과 관련한 경험이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6일 코오롱그룹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26일 2021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이규호 코오롱FnC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를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2018년 전무로 승진한 지 2년 만의 '고속 승진'이다.


이 부사장의 새 보금자리인 코오롱글로벌은 건설, 상사, 자동차수입, 휴게시설운영 등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이 부사장은 자동차수입사업부문을 맡게 된다. 특히,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은 최근 지주사인 코오롱으로부터 알짜 계열사인 코오롱오토모티브를 인수해 내년도 30%대 매출 성장이 기대되는 곳이다.


업계에서는 코오롱그룹이 그간 '장자 승계' 전통을 이어온 만큼 이번 결정이 예정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전무는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해 부장, 상무보, 상무, 전무를 거치며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에서 부장을 지냈고, 2015년 이후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넘어와 패션부문 최고운영책임자로 사업을 이끌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 후계자들은 승계를 위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그래서 실적이 부진한 곳에 배치되기보다 안정적인 곳에서 경영수업을 받는 것이 보통의 경우"라면서 "코로나19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직종이 패션인데 코오롱FnC에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규호 부사장이 떠나면서 코오롱FnC가 그룹사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기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사진은 코오롱인더스트 본사 모습. /한예주 기자

코오롱FnC 대표이사 사장으로는 유석진 코오롱 대표이사 사장이 선임되면서 유 사장이 이 부회장의 빈자리를 맡게 됐다.


유석진 신임 코오롱FnC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조지워싱턴대 MBA를 졸업했다. 도이치뱅크그룹 IBD Vice President와 모건 그렌펠 코리아(Morgan Grenfell Korea) 대표, 이노베스트파트너스 대표를 거쳐 2008년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부사장으로 코오롱그룹과 연을 맺었다. 이후 SBI인베스트먼트 투자총괄 부사장, 코오롱 전략기획실장(전무)과 대표 등을 역임했다.


다만, 코오롱FnC 입장에선 표정관리가 어려워졌다. 그룹의 후계자가 직접 사업을 이끌다 손을 뗀 것도 모자라 패션사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꼈기 때문이다.


물론 유석진 대표는 이웅열 회장이 퇴진할 당시 이규호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조력자로 낙점될 만큼 그룹 내 입지가 탄탄한 편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 패션회사들이 오프라인 방문객 급감 등 영업부진으로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어 경영상 어려움이 산재해있다.


현재 패션 부문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전체 매출의 약 20%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3분기 패션부문 매출은 1772억 원으로 전체 매출 중 18.5%의 비중을 차지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올해 3분기 실적을 보면 △산업자재(182억 원) △화학(208억 원) △필름전자재료(94억 원) △기타의류소재(2억 원)는 영업이익을 냈으나 패션부문만 19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직원 수를 줄이고 임원들의 급여를 삭감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코오롱FnC 직원 수는 지난해 9월 1166명에서 올해 9월 1102명으로 64명(5.5%) 감소했다. 정규직 21명, 기간제 근로자 43명이 줄었다. 지난 6월엔 이규호 부사장을 포함한 임원들이 6개월간 급여를 10% 삭감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규호 부사장은) 결국 첫 경영시험대에서 실적으로 능력을 입증하지는 못한 셈이 됐다"며 "현재 화학과 소재, 바이오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다 보니 패션은 그룹 내 중점사업에서 밀려난지 오래인 가운데, 이 부사장까지 떠나면서 코오롱FnC에 대한 그룹사 쪽의 적극적인 지원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도 든다. 전문경영인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 아니라면 굳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패션업은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예민한 업종임과 동시에 제조부터 구매, 유통·판매 등 패션업 전반의 시스템을 꿰뚫고 있어야 하는 전문적인 분야"라면서 "업황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없는 사람에게 회사를 맡기엔 위험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나 현재 패션업황은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얼어붙어 있다"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코오롱과 같이 아웃도어 위주의 오프라인을 중심의 사업을 영위한 회사는 포트폴리오를 급격히 넓히기도 어렵다. 브랜드를 키우거나 뷰티, 리빙 등의 사업을 다각화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수요 감소에 대응할 만한 대책을 신임 대표가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코오롱FnC 관계자는 "(유석진 대표가) 아직 공식 업무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경영 방향 등에 대한 논의는 섣부를 것 같다"고 답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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