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다선 의원 클라스~"…'보좌진 여름나기'는 의원 손에

기사입력 2020.08.10 05:00

대부분 의원실은 보좌진의 여름 휴가를 보장하고 있었다. 다만 의원들은 보좌진들의 연가보상비 삭감 내용을 잘 알고 있지 않았다. /더팩트DB

'연가보상비' 사라진 보좌진, 휴가는 어떻게?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연차도 못쓰게 해 월차도 없어 주말 출근해. 그래 그것도 내가 다 이해하려고 해봤다. 근데 여름 휴가도 안준다니ㅋㅋㅋㅋㅋ. 본인 휴가 안갈거라고 직원들도 휴가 못 가게 하는 다선 의원 클라스~"


국회 보좌진들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되고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엔 직원 인증을 마친 한 보좌진의 설움 섞인 게시물이 하나 올라왔다. 국회 보좌진의 노동 실태는 대표적인 '노동 사각지대' 중 하나로 꼽힌다. 주 52시간이 보장되지 않음은 물론, 휴가와 월차 등 정기 휴무 또한 권고사항일 뿐 보장돼 있지 않다.


이는 현실적으로 국회 국정감사·예결산 등 바쁜 일정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장님'인 국회의원이 정하는대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보좌진 휴가는 의원 재량에 따라 이뤄지고 있어 의원실마다 상황이 다르다.


그나마 휴가를 가지 않으면 급수에 따라 연가보상비를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엔 코로나19 여파로 국회 공무원들의 연가보상비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때문에 국회사무처는 연차를 모두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공무원은 재직 기간에 따라 최대 20일까지 연가가 보장된다. (기존) 연가보상비는 연차를 쓰지 않은만큼 다 주지 않는다. 예년 같은 경우 연가보상비를 10일 한도로 주고, 나머지는 가급적 소진하라고 했다"며 "이번엔 예산상 주지 못하게 돼 '가급적 (연가를) 남기지 말고 쓰라는 지침이 내려갔다. 다만 이는 권고사항이지 강제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올라온 국회 보좌진의 하소연. 국회의원 보좌진은 '사장님'인 의원의 결정에 따라 휴가를 갈 수 있다. /페이스북 갈무리

이에 <더팩트>는 연가보상비 삭감에 대한 생각과 실제 여름 휴가 진행 상황을 개별 의원과 보좌진을 통해 직접 들어봤다. 홍문표 미래통합당 의원(4선)은 "보통 3일에서 5일 사이 정도로 직원들이 휴가를 간다"며 "(연가보상비 관련 논의는) 전문위원들이 이야기해줬다. 그래서 당에서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말했었다. 다만 보고만 듣고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이번 여름 휴가를 가지 않는다. 지역구인 충남 홍성군예산군이 수해 피해를 대거 입으면서 현장을 돌보기 위해 휴가를 자진 반납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보좌진 휴가는) 당연히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석 미래통합당 의원(3선)도 "제가 어떻게 하라고 하진 않고 보좌진이 자율적으로 휴가를 간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도 대체로 보좌직원들의 휴가를 보장하고 있었다. 설훈 민주당 의원(5선)은 통화에서 "연가 보상비 이야기는 몰랐다"면서도 "저는 (휴가를) 못 가도 우리 보좌진 휴가는 10일씩 보내고 있다. 갈때마다 50만 원씩 줘서 가고 있다. 항상 보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저는 30년 동안 휴가가 없었다"며 "매번 일이 있어서 가지 못했다"며 웃었다. 이형석 민주당 의원도 "지난 4일 임시국회가 끝나고 17일까지 시간이 있어서 그 사이에 직원들이 날짜를 정해서 휴가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신현영 의원(초선)은 여성 직원 비율이 높은 의원실 특성상 보좌진들과 6·7월부터 휴가 일정을 논의해왔다. 7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 후 휴가를 보내고 있는 신 의원은 통화에서 "저희는 지난 주부터 순차적으로 일주일 씩 휴가를 가고 있다"며 "의원실 3분의 2가 여성이고, 아이 엄마·아빠들이기 때문에 가족들과 연관이 있어서 미리 8월 국회 회기 끝나면 (휴가를) 가겠다고 선언했더니 그에 맞춰서 다들 가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는 "7월 말, 8월 초가 어린이집 휴원이잖나. 방학기간이니 그때에 맞춰서 간다"며 "잘 쉬어야지 또 잘 일한다. 저도 아이 엄마고 학생 엄마이기 때문에 가족들의 삶의 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회가 참 힘든 곳이더라"라며 웃었다.



보좌진들은 대부분 연가보상비 삭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자유로운 휴가 사용 분위기가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본회의. /배정한 기자

보좌진들은 연가보상비 삭감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을 함께 분담해야 한다"면서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현실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휴가를 자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야당 소속 A 보과관은 "정부가 국민과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나누는 게 맞다"고 했다. 여당 소속 B 비서는 "슬프지만 코로나19 때문이니 어쩔 수 없다"면서도 "국민들께서 힘들어서 삭감했지만, 저와 같은 낮은 직급들은 조금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문제는 연가보상비가 사라지면 연가를 실제로 다 써야 하는데, 국회 안에서 연가를 다 쓰는 방이 많지 않을 거라 예상한다"며 "연가보상비 유무를 떠나서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상황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소속 C 비서는 "올해는 특히 총선이 있어서 연초부터 4월까지 쉴 틈이 없었고, 휴가갈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매년 각 당 보좌진협의회가 연가보상비 지급 기준일수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0원이라 사기가 저하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보좌진 휴가 일수 등에 관련해 "방마다 다르지만 보통 5일 정도 간다. 아예 못 가는 방도 있다. 예년엔 의원들 해외출장기간에 조금 쉬는 일도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없어져서 아쉽다"고 했다.


여러 의원실을 거치며 일해온 D 비서는 "지금까지 있었던 방들은 휴가를 제한하지 않았다"며 다만 보좌관·비서관 급은 휴가 중에도 전화하시는 영감님(국회의원을 지칭하는 은어)이 계신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가보상비 삭감에 대해 "사전 의견 수렴이 있었어야 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여당 소속 E 비서는 "연가보상비를 삭감하려면 야근수당도 맞게 챙겨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보좌관님들은 휴가 잘 가니 모르겠지만, 연가보상비를 삭감해봐야 휴가를 가지 못하는 방이 많아 아래 급수 직원들만 힘들어질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가 군대에 있을 땐 장거리고 휴가를 다녀오는 것도 일이고 연가보상비를 받는 게 더 나아서 휴가를 쓰지 않았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휴가와 연가보상비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라고 했다.


E 비서 소속 의원실은 총선 이후부터 월차 제도가 생겼다. 그는 "월에 하루 휴가와 여름휴가 1주가 있다"면서도 "물론 상임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선거 등 이슈가 있으면 휴가는 커녕 주말 내도록 야근만 한다"고 털어놨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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