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택의 고전시평] '만시지탄' 조국 사태, '인사 만사' 교훈 얻자

기사입력 2019.11.19 00:00

지난 몇 개월 동안 우리 사회를 극한적인 분열과 대립으로 몰아넣은 '조국 사태'가 사법 처리 과정을 밟고 있다. 아직도 후유증을 앓고 있지만 '조국 사태'를 통해 교훈을 얻는다면 정권이나 사회가 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다. 법무부 장관 사퇴 후 청사를 나서는 조국 전 장관. /과천=이동률 기자

[더팩트 | 임영택 고전시사평론가]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의 마속은 말재주가 뛰어난 데다 병법을 논하는 것을 좋아하여 제갈량이 평소 그를 높이 평가해 매우 중히 여겼다. 하지만 유비는 임종에 즈음해 제갈량에게 "마속은 말이 실제보다 앞서니 중용할 수 없소. 그대는 이를 잘 살피기 바라오"라고 했으나 제갈량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늘 마속을 곁에 두고 많은 일을 의논했다.


제갈량의 심복으로 통하던 마속은 위나라와 기산 전투에서 패하고, 책임을 물어 제갈량은 그의 목을 벤다. ‘읍참마속(눈물을 머금고 마속을 참형에 처함)’의 성어가 여기에서 나왔다. 어떤 이유로든 사람을 잘못 쓸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사후처리다. 제갈량은 마속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으나 추호도 망설이지 않고 일벌백계 차원에서 마속의 목을 쳤다.


유비는 산전수전 다 겪으며 나름대로 사람을 보는 안목이 있었으나 제갈량은 서생의 한계로 말 잘하는 마속이 실제 능력도 출중할 것이라고 오판했다. 그 결과 야심차게 진행한 위나라 공격은 타격을 받았다. 인사권자가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면 당장에는 문제가 없다가도 결정적 순간에 인사권자뿐 아니라 국가 전체에 피해를 준다. 그래서 보통 이상의 성과를 거둔 최고 권력자들은 인사를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여 사사로움을 배격코자 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우리 사회를 극한적인 분열과 대립으로 몰아넣었으며 아직도 그 후유증을 앓고 있는 조국 사태가 이제는 사법 처리의 과정에 있다. 만시지탄이었지만 조국이 사퇴하며 인사와 관련된 소모적인 논쟁과 대립은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 조국 사태는 국가를 경영할 때 인사의 중요성과 민주화 투쟁을 견인했던 86 세대의 민낯을 드러낸 계기가 되었다. 역설적이지만 조국 사태에서 교훈을 찾는다면 정권이나 사회가 보다 더 건강해질 수도 있다. 제갈량이 마속의 능력을 잘못 보았으나 읍참마속하여 일벌백계 했듯 조국 사태에서 교훈을 얻었다면 될 일이다.


기업체든 국가든 탁월한 성과를 거두려면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용인술이 가장 중요하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그릇의 크기가 기업체 및 국가의 성과의 크기를 좌우한다. '맹자'에 "지금 여러 나라들의 국토의 크기와 정치상황도 비슷해서 서로 간에 월등하게 뛰어나지 못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임금이 자기가 가르쳐서 부릴 만한 신하만 좋아하고 자기가 가르침을 받을 인물을 신하로 삼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탕왕은 이윤을, 제환공은 관중을 감히 불러 볼 수 없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윤은 탕왕을 도와 은나라를 건국했고 관중은 환공을 도와 제나라를 강국으로 만들었다. 맹자는 이윤과 관중 같은 인물은 군주가 감히 오라고 부르지 않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만나러 갈 정도로 인재를 중시했다고 말한다. 또한 맹자는 여러 국가 중 어떤 나라가 압도적 경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것은 군주가 신하를 바라보는 관점이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군주가 자신이 배울 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신하로 등용해야 되는데 자신보다 뛰어나지 못하고 편한 인물만 곁에 두기 때문에 국가의 역량이 탁월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졸렬한 지도자는 자신보다 뛰어난 아랫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거나 불편해 한다. 탁월한 지도자는 자신이 스승으로 삼을 만한 사람을 곁에 두고 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와주어 괄목할 성과를 거두게 한다. 항우보다 여러 측면에서 열세였던 유방이 결국 천하를 차지한 것은 장량, 소하 및 한신이라는 탁월한 인물을 발탁하여 그들을 믿고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도록 배려한 인재관 덕분이었다.


순자는 "군주의 재앙은 현명한 사람을 등용하겠다고 말하지 않는 것에 있지 않고 현명한 사람을 반드시 쓰지 않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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