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빅히트 용산 신사옥, 매매 아닌 임차 이유는?

기사입력 2019.07.21 00:00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최근 3년 간 방탄소년단(BTS)을 통해 매해 전년 대비 2배 가량의 연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내년 5월 사옥을 용산으로 확장 이전하며 건물 전체를 매매가 아닌 임차로 계약했다고 밝혀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더팩트 DB

최근 3년 연 수익 성장률 200% 불구 건물 전체 임차 궁금증 증폭

[더팩트 | 이한림 기자] '방탄소년단(BTS)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는 용산 신사옥 시대를 열면서 왜 매매가 아닌 임차 방식을 택했을까. 빅히트가 내년 5월 입주 예정인 용산무역센터 빌딩은 26개 층, 높이 100m 규모의 초대형 오피스 건물로 BTS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전진기지로 선택을 받았다. 다만 이 건물 사용은 매매가 아닌 임차 형식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빅히트 수입 규모와 성장세를 고려하면 충분히 사옥 신축이나 매입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빅히트 신사옥 용산무역센터의 임대료는 관리비를 포함해 월 20억 원~3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임대 비용으로 환산한 건물 가치는 약 5000억 원에 달한다. 용산 신사옥은 현재 강남에서 건물의 일부 층만 임차해 사용하는 것과 달리 지하 주차장을 포함한 건물 전체를 통째로 임차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현재 사옥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엠디엠타워에서도 빅히트는 3개 층만 임차해 사용하고 있고 호텔숙박플랫폼업체 야놀자의 본사가 공동으로 입주해 있다.


이에 따라 연예계 일각에서는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빅히트의 건물 사용 방식에 궁금증을 보이고 있다. 매년 240억 원~360억 원 가량의 임차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신사옥에 입주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빅히트는 BTS의 성공 가도에 힘입어 최근 3년 연속 200%에 육박하는 연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고, 올해 매출도 지난해의 최대 네 배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빅히트는 지난해 매출 2142억 원, 영업이익 641억 원, 순이익 502억 원을 기록하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으로 도약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29.92%에 달한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올해 BTS의 5월 한 달 간 미국 투어 수익만 515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최근 회사 지분을 일부 매각하며 현금성 자산도 확보할 만큼 재무상태도 탄탄하다.


한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매매가 아닌 임차로 오피스 건물을 계약하는 경우는 당장 지불해야할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처지가 되지 않거나 계약 기간에 대한 제약이 있다고 판단됐을 때 발생한다"며 "개별층 임차도 아닌 건물 전체를 빌리는데다 재무구조도 나쁘지 않은 회사인데 굳이 수백억 원을 매년 지불해가면서까지 임차로 사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현금성 자산이 충분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용산무역센터 전체를 임차해 입주하는 것에 대해 임대차 계약 시 승인권자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내년 5월 입주할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소재 용산무역센터의 건설 현장 모습. /배정한 기자

용산 신사옥 인근 공인중개업자들은 빅히트가 용산무역센터에 매매로 들어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임대차인의 이해 관계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시행사인 용산무역센터의 오너가 저명한 부동산 임대업자이며 방시혁 빅히트 대표도 부동산 구입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행사 측이 해당 부지에 높이 100m 규모의 오피스용 건물을 올리기로 결정한 후 임대와 분양 절차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대형 고객인 빅히트의 요청에 따라 건물 전체를 임대하는 조건으로 계약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용산무역센터의 시행사는 2013년 설립돼 올해 2월 사명을 변경한 용산무역센터(前 엘에스케이용산오피스)다. 용산무역센터는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체인 리더스스타코리아의 자회사로 직원 수 1명의 부동산중개 및 대리업체다. 강OO 대표(51%)를 포함한 강 씨 일가가 모든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1인 기업이다. 용산무역센터의 토지 주인은 강△△ 리더스타코리아 회장이며 강 회장은 강 대표의 부친이다.


빅히트가 용산무역센터에 입주하면 사실상 강 회장 일가에게 임대료와 관리비를 납부하게 되는 셈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 회장은 토지를 구매해 오피스, 골프연습장 등 비주거용 건물을 짓고 매매가 아닌 임대를 통해 수익을 내는 부동산 임대업자로 신도림, 용산 일대 대량의 토지와 건물 등을 보유한 부동산업계 '큰 손'으로 알려져 있다.


방 대표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방 대표는 아이돌그룹을 양성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수익으로 빌딩을 매입해 임대를 내주는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TS의 성공 신화로 굳어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당분간 임차 사옥을 유지하겠다는 나름대로의 지론이 깔려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사옥을 이전할 때마다 건물의 일부층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사진은 위부터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구사옥(위)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현사옥. /이한림 기자

빅히트가 내년 5월 용산 사옥 이전까지 포함하면 최근 2년 간 사옥을 3번 이전하게 되기 때문에 또다시 사옥을 이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BTS의 인기가 여전하고 외부 인재 영입, CJ E&M과 합작사 빌리프랩 설립 등 사업분야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사세 확장 여지가 충분히 남아있다. 빅히트가 매매를 통해 용산 사옥을 사용한 후 또다시 사옥을 이전한다면 다른 구매자나 임차인을 찾아야 하는 비용도 발생한다. 사옥을 이전하기 위해 매매보다는 임차가 수월하다는 분석을 했을 수도 있다.


용산구 소재 한 공인중개사는 "용산무역센터가 한강로동 일대 유일한 외부 임대가 가능한 오피스 건물이었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나 투자자들의 분양 및 임차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다만 지난 2일 용산무역센터 전체를 빅히트가 임차해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사실상 투자 문의는 끊겼다고 보면 된다"며 "용산은 'BTS의 사무실'이라는 새로운 랜드마크 탄생으로 주변 시세가 오를 것으로 관측되지만 임차인 측이 언제 빠져나갈지 모르는 임대차 계약이기 때문에 회사가 계약 기간을 채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빅히트는 사옥 이전을 위한 계약 형태가 회사 수익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빅히트 관계자는 19일 <더팩트>에 "용산무역센터를 매매하지 않고 전체 임차로 입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빅히트가 입주할 용산무역센터는 올해 11월 준공을 목표로 마감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시공사인 서브원에 따르면 19일 기준 시공률은 80%를 넘겼다. 빅히트는 용산무역센터 준공이 완료되면 약 6개월 뒤인 내년 5월 입주를 예고하고 있다. 빅히트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관계사(비오리진, 빌리프랩) 등을 포함한 멀티 레이블, 팬과 소통이 가능한 공간 등이 신사옥에 들어설 예정이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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