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처신 신중히 하라"… 조국의 '페북 정치' 논란

기사입력 2019.07.18 05:00

조국(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한 기사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는 것은 물론 거친 비판도 내놓아 이목이 쏠린다.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는 조 수석은 '페북 정치'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남윤호 기자

靑 "개인적인 의견 개진"… 일각서 정치적 목적 내포 주장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혐한 일본인의 조회를 유인하고 일본 내 혐한 감정의 고조를 부추기는 이런 매국적 제목을 뽑은 사람은 누구인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6일 페이스북(페북)에 올린 글 중 일부다. 일본이 지난 4일 우리나라 핵심 제조 분야인 반도체 소재의 수출을 규제하면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조선일보의 일부 보도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다. 이는 특정 언론사가 원제목을 바꿔 자극적인 내용의 일본어판 기사를 보도한 것에 대한 항의성 메시지다. 그리고 조선·중앙일보의 일본어판 기사를 비판한 문화방송(MBC) 시사 프로그램 방송 화면을 캡처해 올렸다.


조 수석은 '페북 정치'로 유명하다. 그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 언론이 그대로 기사화할 정도다. 물론, 여느 정치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안과 관련한 글을 게재해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정치인이 SNS에 글을 올린다고 해서 모두 인용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요인이 있다. 글쓴이가 어느 정도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데, 이 점에 비춰보면 조 수석은 '톱 클래스'라고 볼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 사이에서 조 수석의 팬덤이 형성될 정도니, 무리는 아니다. 또 하나, 조 수석은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라는 점에서 그의 페북 활동은 집중 조명을 받는다.


조 수석의 소셜미디어 활동이 활발하고 꾸준하기에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도 그렇다. 그는 일본이 우리를 직접 겨냥해 경제 보복한 이후 대체로 이와 관련한 기사들을 페북에 올리며 공유하고 있다. 또,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발언이 담긴 기사나 우리 정부의 입장 등이 담긴 포스터도 게재했다. 이뿐 아니라 자신의 담당 분야인 '공수처'와 관련한 기사를 게시하기도 했다. 또한, 16일 세상을 떠난 정두언 전 의원의 명복을 비는 글도 공개했다. 여기에 "한국의 자칭 '보수'가 이 분 정도만 돼도 정치발전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에둘러 야당을 비판하는 뉘앙스로 비친다.



조 수석은 14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 규제 대응 보도자료를 정부 공식 발표되기 14분 전 페북에 공유,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조 수석 페이스북 갈무리

그러나 최근 조 수석의 SNS 글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지난 13일에는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한 노래 '죽창가'를 소개했다. 일제에 맞선 민초들을 소재로 한 죽창가라는 점에서도 반일 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함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냉정하게 풀어야 할 한일 문제를 청와대가 국민감정을 자극해 선동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튿날인 14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 규제 대응 보도자료를 정부 공식 발표 14분 전에 페북에 공유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산업부와 청와대 정책실 간의 논의가 종료되고 즉시 공개 결정된 문서임을 보고받고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자료에는 '즉시 보도' 문구가 있었고, 따라서 조 수석이 사전 유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주무 부처보다 앞서 공개된 SNS에 해당 자료를 게시한 점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논평에서 조 수석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은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며 경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은 "본인을 청와대와 국정을 총괄하는 '왕수석'이라고 인식하는 오만함이 여과 없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은 "더욱 신중히 처신해야 한다"며 "페북 정치에서 손 떼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라"고 충고했다.


정치권의 지적에도 청와대는 조 수석의 '페북 활동'이 개인 활동으로 간주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7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내부는 조 수석이 페북에 얘기하는 게 옳다고 판단하냐'는 물음에 "개인적인 의견 개진에 대해서 청와대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수석의 소셜미디어 활동은 문 대통령 핵심 참모이자 민정수석 조국이 아닌, 사인(私人) 조국이 하는 것이라는 말로 해석된다.



조 수석이 현직 청와대 핵심 참모라는 점에서 '페북 정치'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남윤호 기자

하지만 조 수석의 페북 활동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조 수석이 현역 민정수석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산자부 자료의 선공개, 일본과 경제 문제에서 죽창가를 페북에 올린 모습은 철저하게 청와대 참모임을 규정해야 할 자신의 위치에서 오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수석이 페북 정치를 활용하는 이유는 정치적 목적을 내포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조 수석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지금 한국의 정세, 특히 일본과 관계에서 확실하게 조 수석의 우군을 챙기려는 포석"이라며 "국내에서는 친일세력을 겨냥하는 세력과의 전쟁에서 최선봉에 서는 모습, 일본 무역보복에 단호히 맞서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이후에 큰 정국의 그림을 그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페북에 현직 민정수석이자 조만간 법무부 장관에 임명될 것으로 보이고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조 수석이 페북에 (현안과 관련한) 글을 올리는 것은 사적 영역이라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SNS가 사적 공간이라더라도 조 수석은 '현직' 민정수석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윗을 올리는 행위는 개인적 활동인가, 미 대통령으로서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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