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11일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신임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나 의원. /국회=이새롬 기자 |
나경원, 103표 중 68표 얻으며 김학용에 압승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삼수생이다. 사실 고민이 많았다. 출마할까 말까. 그러면서 지난 저를 돌아봤다. 반성했다. 더 낮추고 겸손하겠다."
원내대표 선거에 세 번째 도전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11일 신임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 마무리 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나 의원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곧바로 당 의원들의 투표가 진행됐다. 개표 결과 나 후보는 투표수 103표 중 68표로 35표를 얻은 김학용 의원을 상대로 압승을 거두며 무려 삼수 끝에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의사당에서 김성태 원내대표의 후임자를 선출하는 의총을 열었다. 후보는 3선의 김 의원과 4선의 나 의원, 단 둘뿐이었다. 김 의원과 나 의원은 각각 비박계와 친박계의 지원을 받아 이번 선거가 계파전 양상이 될 것이란 관측도 많았다. 김 의원의 러닝메이트로는 초선 김종석 의원이, 나 의원의 러닝메이트로는 재선 정용기 의원이 나섰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여러 변수로 인해 다른 그 어떤 때보다도 예측이 어려웠다. 정치권 관계자들도 쉽사리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의총 전 다수 의원들도 '누가 될 거라고 예측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정말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의총 직전 대기 중인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후보자들. 왼쪽부터 김종석·김학용·나경원·정용기 의원. /이새롬 기자 |
이날 의총장에 입장한 두 의원은 상당히 긴장한 상태였다. 두 의원은 모두 전임 김성태 원내대표의 인사말 등이 진행되는 동안 딱딱하게 굳은 자세로 본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선거가 시작되자 불꽃이 튀는 공방전이 벌어졌다. 먼저 김 의원은 정견발표를 통해 "30년 정치 경험 김학용과 30년 경제전문가 김종석이 멋지게 화합을 이루겠다"며 "내년 원내대표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잘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 싸울 줄 아는 제가 선봉에 서겠다"고 자신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나 의원은 "삼수생 나경원"이라고 먼저 입을 열었다. 나 의원은 보수 통합을 강조하며 "권력에 줄 서지 않았고 특정 계파의 핵심세력이었던 적이 없는 저 나경원이라고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의원의 발언 끝에 박수 소리는 비등비등하게 들렸다.
의총장에 입장하기 직전 악수하는 두 후보자. /이새롬 기자 |
상호토론에서 양 측의 신경전은 최고조에 달했다. 먼저 김 의원이 나 의원에게 "우리 당 지지율 오른 가장 주된 이유가 기존의 '웰빙 정당', '귀족 정당', '기득권 정당' 이미지를 벗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하는데 복안을 말해달라"고 물었다. 이에 나 의원은 웃으며 "질문이 나경원으로 가면 웰빙정당이 된다는 것처럼 들린다. 여기 웰빙하는 분 있냐. 스스로 '웰빙 정당'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자해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나 의원은 김 의원에게 "시대정신 중 하나가 우리 당이 정말 계파 떠나 통합하라, 변화하라는 건데 김 의원은 안타깝게도 특정계파 핵심세력이라고 많이 생각해 통합의 적임자라고 볼 수 있냐는 문제가 있다"고 반격에 나섰다. 김 의원은 "나 의원이 제 걱정을 아주 많이 해준다"고 웃으며 "진정으로 계파를 청산하기 위해선 계파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아야 하는데 나 의원은 계속 계파를 강조한다. 나 의원이 친박(親 박근혜)이라는 것에 대해 저는 새롭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정책위의장 간의 싸움도 치열했다. '경제통' 김종석 의원은 경제 정책 등에 대한 전문성으로, 정치 경험이 많은 정 의원은 정무적 감각 등을 내세우며 서로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중간중간 원내대표 후보자와 정책위의장 후보자는 서로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의 소통을 하기도 했다.
발언하는 나경원 의원. /이새롬 기자 |
마무리 발언에서 양측은 의원들을 향해 간절히 호소했다. 김 의원은 "믿고 맡겨주신다면 의원님들과 함께 한국당 지지율 40%를 제 임기 내 달성해 여러분의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의 발판을 마련하는 원내대표가 되겠다"며 "앞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약속을 반드시 지켜 단일대오로 우리 한국당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나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자신이 '삼수'라는 것을 강조했다. 삼수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한 뒤 나 의원은 "16년 저의 정치 인생을 통해 당과 국민으로부터 받은 많은 사랑과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당과 나라 위해 쓰는 게 제 도리이자 사명"이라며 "이제 소중한 한 표로 당을 살려달라. 그리고 저 나경원도 살려달라"고 말했다.
곧바로 이어진 투표에서 나 의원은 예상 밖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추가 재투표 없이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이번 승리엔 '삼수'에 대한 동정표가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나경원 의원(왼쪽에서 두번째)과 정용기 의원(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전임 지도부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나 의원은 당선 인사를 통해 "부족한 저에게 이런 중책을 맡겨주셔서 정말 감사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해야 될 일의 막중한 책임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우리가 하나로 뭉치자. 그렇게 해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막아내고 우리가 지켜야 될 가치를 같이 지켜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원내대표 선거하면서 정말 좋았던 건 그동안 얘기할 기회가 없던 분들을 한분 한분 만나 얘기를 들으며 각각 역량과 가치, 철학을 알게 된 것이다"라며 "여러분과 함께하면 한국당이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고 정권도 교체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린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로써 지난 2016년 5월과 2017년 12월 두 번의 원내대표 경선에서 모두 낙마했던 나 의원은 삼수 도전 만에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자리를 이어 원내 협상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아울러 나 의원이 보수정당 사상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란 점에도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나 의원이 첫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무거운 책임감이 주어진 것이기도 하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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