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이 촉발한 여의도 인터넷 전쟁을 보며

풀빵닷컴N 2018/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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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지 않았던 잡설이 판치는 곳, 누구나 맘껏 짖어 댄 곳, 그 작던 상식에 나불대는 넌, 서툰 상처만 드러냈고, 상대 그 녀석이 맘을 다치든, 무식한 넌 따로 지껄이고, 덜 떨어진 네 값어치 애석하지만 넌, 좀 작작해 내가 널, 지켜줄게 네 가슴 찢어 줄게, 네 눈물 닦아줄게, 믿어 날…'


1996년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가 4년 7개월 만인 2000년 8월 컴백한 가수 서태지의 6집 앨범에 수록된 곡 '인터넷 전쟁'의 도입부 가사다.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대중적으로 사용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세태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노래쯤으로 이해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드루킹(48, 김 모 씨)'의 댓글 조작 사건을 보며 벌써 18년이나 흐른 노래를 다시 들었다. 작금의 세태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정치권은 이번 사건이 오는 6월 13일 지방선거의 변곡점으로 보는 것 같다. 지지율에서 열세에 있는 야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연루 의혹을 부각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누군가(드루킹 등)가 매크로를 이용한 불법행위를 했고, 정부여당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으로 규정하며 철저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여론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 같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그렇다.


이제는 누구라도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낼 수 있다.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서도 그렇다.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비슷한 사람들끼리 인터넷 카페를 만들기도 하고, 특정 정치인의 팬클럽도 다수 존재하는 게 요즘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비난하는 글이나 기사에 몰려가 댓글을 다는 일도 부지기수이다.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드루킹의 연루 의혹을 부각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병희 기자

인터넷과 SNS를 통한 정치적 의사 표시는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심(여론)을 알리는 순기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반대로 특정 세력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보호하기 위해 좌표를 정해 비난하는 댓글을 적는 여론 왜곡을 부추기는 역기능도 있다.


드루킹 사례는 인터넷 댓글의 역기능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불법 프로그램까지 사용했으니 범죄라 볼 수 있다. 최근 드루킹 사건이 주목받았지만, 댓글 조작 문제는 이미 정치권을 강타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군 기무사령부 댓글 조작 사건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19일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그렇다고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이나 지지세력 등의 댓글 조작이 사라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 지난 4일 한 정당의 지방선거를 대비한 SNS 소통 방식 교육 내용이 그런 우려를 하게 한다.


보좌진 SNS 홍보교육에서 당의 원내대표는 "앞으로 우리 당의 SNS 전사로서 싸워주실 것을 저는 당부를 드립니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에 나선 홍보본부장의 발언들은 사실상 신분을 숨기고 잠입해서 여론을 우리 쪽으로 바꾸라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방법까지 알려줬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그는 보좌진들에게 단체 카톡방 구성 및 관리 방법, 지역 커뮤니티 활용 방법 등을 교육했다. 그러면서 "지역 커뮤니티에 처음부터 ㅇㅇㅇ 의원하고 들어가면 거부반응이 바로 튀어나오니까 다른 이름으로 해서 네이버 이름으로 해가지고 자연스럽게 유도"하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10일에서 15일 정도만 제대로 해서 잘 접근하면 그 애들도 많이 친숙해질 수도 있다. 지방선거에서 우리 출전한 사람이 많이 당선될 수 있도록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고 강조했다.


교육 내용을 보면 사실상 지역 커뮤니티에 신분을 숨기고 잠입해 여론을 유리하게 만들자는 정도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신분을 숨기고 접근해 여론을 호도하라는 것으로 읽힌다. 드루킹의 댓글 조작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18년 전 서태지 씨의 노래 '인터넷 전쟁'은 더욱 진화한 형태로 정치권에서 이용되고 있다.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정치권은 승리를 위해 여론 전쟁, 이른바 프레임 전쟁을 인터넷과 SNS를 통해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정치권의 이런 인터넷 프레임 전쟁을 보면서 서태지 씨의 노래 '인터넷 전쟁' 가사를 빌려 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단단하게 박혀 새로 탄생할 오염 변이체 (중략) 결국 스스로를 멸망케 할~'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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